잃어버린 인천박물관의 역사, 70여 년 만에 돌아오다

인천시립박물관, 47년 발간된 박물관보 고적(古跡) 창간호 등 3점 이관받아 광복 이후 문화예술사, 박물관 운영방식 연구를 위한 중요한 자료

2024-09-02     이종민 기자

매일일보 = 이종민 기자  |  인천광역시 시립박물관은 지난 8월 7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던 박물관 관보 '고적(古跡)' 창간호와 2호, 3호 등 3점을 이관받았다고 밝혔다.

관보 '고적'은 인천시립박물관이 개관 이듬해인 1947년 2월에 발간한 일종의 잡지다. 이 관보에는 박물관 관련 기사뿐만 아니라 광복 후 인천 문화계 전반에 관한 내용도 수록되어 있어 인천 문화예술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창간호에 실린 「1946년 인천 문화계의 회고」는 문학, 미술, 음악, 공연 예술 등 다양한 문화 분야와 학술, 교육, 언론․출판 등 광복 후 인천 문화예술계의 전반적인 동향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글이다. 또한 박물관학, 고고학, 인류학 등의 전문 논고와 관람인원 및 주요 내방객 등 박물관 운영에 관한 기사도 수록되어 있어 당시 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을 잘 보여준다. 이경성 초대 시립박물관장은 '고적'을 창간하며 유물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박물관이 지역사 조사 연구에 주력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기관지라 할 수 있는 박물관보에 ‘고적(古跡)’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지역박물관으로서 임무와 역할을 분명히 하고자 했던 포부를 반영한 것이다. '고적'은 1950년 6.25 전쟁 이전까지 5호까지 발간됐으나, 전쟁 중 대부분이 유실되어 현재 시립박물관에는 6호(1956년 간행)와 7호(1959년 간행)만 소장되어 있었다.
유물
박물관은 그동안 유실된 초기 호들을 찾기 위해 여러 도서관을 중심으로 수소문해 왔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국립중앙박물관에 창간호를 비롯해 3권의 고적이 보관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복제를 신청했는데, 뜻밖에도 실물 이관을 받게 됐다. 손장원 인천시립박물관장은 “관보,고적은 100부 한정으로 발간된 희귀 자료로, 완전히 소실된 줄 알았던 것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치 잃어버린 아이를 찾은 것처럼 기뻤다.”며 “복제품이라도 만들어 보존할 계획이었으나, 실물 이관을 받게 되어 큰 선물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과 고고역사부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시립박물관은 이번에 이관받은 관보 '고적' 창간호 등 세 권을 향후 조성될 ‘박물관 아카이브관’에 전시할 예정이며, 복간 작업을 통해 지역 사회에 배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아직 찾지 못한 4호, 5호의 소재 파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한편, 시립박물관에서는 1959년 7호 이후 한동안 발간이 중단됐던 관보 '고적'의 명맥을 이어받아 1996년 제호를 ‘연보(年報)'로 바꾸고 8집부터 간행하기 시작해 매년 발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