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산업 5분기 연속 성장… 中企는 오히려 ‘역성장’
1분기 보건산업 매출액 증가율 4.5%… 전분기比 2.4% 상승 中企 매출, 전분기比 20% 하락… 醫·政갈등 여파 직격탄
2025-09-02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국내 보건산업 기업의 매출이 5분기 연속 성장해 한국 경제에 기여했다. 다만 이번 성과 대부분은 대기업이 견인했고, 중소기업계는 오히려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약·의료기기·화장품 등 보건산업 제조업체 289개소 매출액 증가율은 4.5%다. 전분기 2.1%와 대비하면 2.4%포인트 증가했으며, 5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전분기 마이너스(-1.1%)를 기록한 화장품 매출액증가율은 올해 1분기엔 14.4%포인트 상승한 13.3%를 달성,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제약 분야는 같은 기간 4.7%에서 6.6%로 증가하며 상승 폭이 꾸준히 확대됐다. 산업계 전체와 비교하면 보건산업은 비교적 선방했단 평가다. 전 산업 매출액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1.3%에서 1.2%로 증가했다. 보건산업계는 이보다도 3.3%포인트 높은 셈이다. 관련 산업이 전반적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분야 및 기업 규모에 따라 매출 격차가 컸다. 대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 분기 -7.7%에서 10.7%로 증가해 전분기 대비 18.4%포인트 증가했다. 중견기업은 3.0%에서 7.7%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 반면 중소기업은 전 분기 12.9%에서 무려 20%포인트 넘게 하락한 -13.0%를 기록, 마이너스 전환했다. 의료기기 분야엔 대기업이 없는데, 전분기(-3.2%) 대비 10.0%포인트 하락한 -13.2%를 기록해 주요 보건산업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했다. 그중에서도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의료기기사들은 기존 4.8%에서 -32.9%로 감소해 하락폭이 특히 더 컸다. 제약 분야 대기업이 같은 기간 -6.0%에서 15.3%로, 화장품 대기업이 -13.4에서 3.4%로 큰 폭으로 상승하며 플러스 전환에 성공한 것과 대비된다. 보건산업 제조업체의 부채비율(35.5→37.6%)과 차입금의존도(8.3→8.8%)는 전분기 대비 상승했다. 투자 및 자금 조달 등의 요인으로 부채비율이 소폭 높아졌지만, 표준비율 100% 이하를 유지해 재무상태 자체는 안정적이다. 다만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자본금도 적은데, 부채비율은 더 높은 상황이다.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전분기 23.8%에서 올해 1분기 25.9%로, 중견기업은 44.7%에서 46.6%로 증가했고, 중소기업은 39.9%에서 42.1%로 상승했다. 기업 규모가 작은 곳이 오히려 부채비율이 높았다. 업계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매출 격차가 더 심화된 원인으로 의정갈등을 지목한다.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2월부터 사직서를 제출, 전국 병원에선 수술량이 크게 줄었다. 중소 제약사 절대 다수는 국내 병원 및 환자에게 공급하는 복제약과 수술용 의약품 제조사로, 병원의 수술 역량 감소는 곧 경영난으로 이어진다. 반면 대기업이 생산한 의약품은 대부분 글로벌사로부터 제조 위탁을 받은 수출용 상품이라 의정갈등 여파를 적게 받는다. 의정갈등 초기부터 업계 최상위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의 실적 차이는 이미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제약업계 1분기 영업이익 1위는 한미약품(766억원)인데, 바이오업계 실적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연결기준, 2213억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차이난다. 의정갈등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보건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몰락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인 D제약사 관계자는 “미국도, 유럽도 자국 내 제약사 생산 역량만으론 약품 물량이 부족해 해외제품을 수입하는 판이다. 한국의 경우 많은 중소 제약사들이 있고, 이들이 내수 공급에 집중한 덕에 국민 수요에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경영난이 악화돼 하나둘 쓰러진다면 나중엔 해외처럼 의약품을 수입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