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산기한 법제화…자금운영 차질 가능성 ↑
정부, ‘대규모유통업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마련 예정 “정산주기 단축 규제시 중소 이커머스 업체 경영난 우려”
2025-09-02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가 판매대금 정산기한 도입을 골자로 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유통업계는 업계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졸속 입법이라 비판하며,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 도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3일 4차 회의를 열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보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에게 판매대금을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했다. 직매입한 경우에도 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정했다. 하지만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를 단순히 중개만 하는 오픈마켓 등 이커머스는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받지 않아 정산기한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었다. 이커머스는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분류돼 유통업 규제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이커머스 플랫폼은 40~70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정산하면 된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이커머스 업체 정산 방식은 업체별 정산주기나 기한이 천차만별이다. 이는 티메프 사태와 같은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당초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티몬과 위메프는 출범 당시에는 할인된 가격으로 음식점과 카페 등의 할인 쿠폰을 판매했다. 상품 특성상 바로 상품이 사용되지 않아 정산주기가 길어졌다. 이후 소셜커머스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지자 티몬, 위메프는 오픈마켓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하지만 긴 정산주기는 그대로 이어졌고, 이러한 이유로 소셜커머스로 사업을 시작한 쿠팡도 최대 60일의 긴 정산주기를 가지고 있다. 앞서 티몬·위메프는 지난 7월 판매자들에게 판매대금 정산을 무기한 지연을 선언하면서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다. 미정산금 총액은 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정부는 이커머스 정산기한을 대규모유통업자 정산기한일보다 짧게 설정하도록 현행법을 개정하기 위해 조만간 ‘대규모유통업법’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도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산주기·기한 일수, 법정 제재 등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해당 법안들의 통신판매중개업체의 판매대금 정산주기·기한을 규정하고, 정산 대금을 임의로 운용하지 못하게 별도의 관리 기관을 선정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발의된 개정안을 보면 정산기한을 최소 5일에서 15일까지 대폭 단축하도록 했다. 업계는 티메프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처벌과 방지책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 세밀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정산주기를 일률적으로 단축해 과도하게 통제할 경우 현금 흐름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은 부담이 가중돼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자본력이 큰 일부 대기업만 플랫폼 사업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위험이 있다는 입장이다. 일률적으로 단축한 정산주기를 단기간에 모든 업체에 적용하기엔 업체별로 직면한 경제적 문제가 다르다는 점에서 비합리적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결국 자본력이 큰 일부 대기업만 플랫폼 사업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는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가 엄연히 판매자에게 돌려줘야 할 판매대금을 임의로 사용해 발생한 것”이라며 “작은 규모의 이커머스 플랫폼은 매출채권 회수 주기와 재고 구매, 매입채무 상환 주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정산주기 단축 규제는 이러한 운영 방식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