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칼 빼든 공정위…‘대기업 때리기’ 논란
무신사·롯데마트 등 현장조사 진행…유통업계 잇단 수사 공정위, 쿠팡‧SPC 소송서 패소…과징금 전액 취소 판결
2025-09-02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갑질’ 등의 이유로 유통업계를 정조준하자, 과잉 규제로 유통 대기업 때리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의 칼끝에 유통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공정위는 이날 홈플러스가 납품업체에 판촉비를 전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판촉비 관련 계약 자료를 확보 중이다. 공정위는 홈플러스가 판촉 행사를 진행하면서 납품업체와 협의 없이 판촉비를 강제로 부담시켰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6일에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입점업체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 성동구 무신사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입점 브랜드 계약서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무신사는 일부 브랜드와 입점 계약을 맺으면서 서면 합의 없이 다른 경쟁플랫폼에 진출할 수 없도록 하거나, 매출이 무신사에 집중되도록 가격과 재고를 관리하게 하는 등 조건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러한 계약 방식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한 업체가 다수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멀티호팅 제한과 최혜 대우 요구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또 같은 날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롯데마트는 빙그레와 파스퇴르에 등 유업계에 판촉 비용 등을 전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와 공동으로 판촉행사를 실시할 경우 절반 이상의 판촉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판촉 비용을 부당하게 책정했다고 내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공정위가 유통업체 관련한 조사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말 공정위는 납품업체들에 대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와 관련해 CJ올리브영에게 시정명령 및 과징금 18억96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고발을 결정했지만, 공정위는 화장품 소매유통 채널에서 CJ올리브영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고 배타적 브랜드 정책도 확대되고 있어 시장경쟁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해 무혐의가 아닌 판단을 유보한다는 취지의 ‘심의절차종료’ 결정을 내렸다. CJ올리브영은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을 수용하고 별다른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쿠팡을 겨냥한 공정위 칼날은 더욱 매섭다. 지난 6월 공정위는 쿠팡과 쿠팡 PB상품을 전담해 납품하는 자회사인 CPLB에 대해 검색 알고리즘 조작 등을 이유로 과징금 약 1400억원을 부과하고 쿠팡 법인과 CPLB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쿠팡에 부과된 과징금 1400억원은 지난해 7월까지의 매출액 기준이다. 하지만 심의 종료 시점인 올해 6월까지 매출액이 과징금 부과 대상에 포함되면서 과징금 규모가 약 200억원 이상 늘어나 쿠팡은 1630억원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쿠팡은 지난 2분기 매출 10조원을 돌파했지만, 과징금 추정액 1630억원을 실적에 반영하며 3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쿠팡은 2022년 3분기 첫 분기 흑자를 낸 이후 8개 분기 만에 다시 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최근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쿠팡의 '이츠·플레이 끼워팔기' 의혹을 직접 언급하며, 신속한 조사와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에는 공정위가 CJ프레시웨이에 대해 과징금 245억원을 부과한 가운데 CJ프레시웨이는 유감스럽다는 입장과 함께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정위는 CJ프레시웨이가 식자재 유통 지역 상권을 침해하고 유력한 지위를 획득했다고 주장했지만, CJ프레시웨이측은 오히려 지역 유통업자와 동반 성장을 위해 사업을 추진했다고 반박했다. 공정위의 누적된 무리수(?)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지난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2017~2023년 행정소송 패소로 기업에 되돌려준 환급액은 5511억원으로 집계됐다. 환급 가산금은 444억원에 달했다. 지난 2월 서울고법은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소송에서 쿠팡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가 쿠팡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납품업체에 갑질을 했다고 보고 32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법원은 공정위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봤다. 지난 6월에도 SPC에 부과됐던 600억원대 과징금 처분이 법원 판결을 거쳐 최종 취소됐다. 공정위가 이른바 통행세 거래로 불리는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를 근거로 SPC에 부과한 과징금 647억원에 대해 서울고법에 이어 대법원이 지난 6월 전액 취소 판결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가 쿠팡 및 SPC와의 소송에서 패소한 건 무리한 대기업 때리기의 일환으로 본다”며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