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증시’ 대기자금 한달 새 6조원 증발
투자자예탁금·MMF·신용공여 등 동반 감소 금투세, 미국 대선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 ↑
2025-09-02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미국 대선, 수출 둔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활기를 잃고 있다. 투자자예탁금, 머니마켓펀드(MMF) 등 증시 대기 자금이 급격히 빠지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자금의 수요도 꺽였다. 현재 증시는 지난 ‘블랙 먼데이’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지속 중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9일 현재 53조6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5일(59조4876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한달 새 6조4271억원이 빠졌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 둔 돈이다. 주식을 사기 위해 계좌에 넣어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되찾지 않은 돈으로 대표적인 투자 대기성 자금이다.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감소했다. 지난달 2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7조8440억원으로 7월 29일(19조5905억원) 대 1조7465억원 줄었다. 신용거래융자란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돈으로 잔고가 줄었다는 것은 ‘빚투’가 감소했다는 뜻이다. 한달 새 MMF 설정액도 쪼그라 들었다. 지난달 5일 208조3371억원에서 같은 달 29일 199조6751억원으로 8조6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MMF는 만기가 짧은 국고채나 기업어음(CP)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수시로 인출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으로 환금성이 높아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증권가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 수출 둔화, 미국 대선 등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심이 위축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불확실성도 있고, 최근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 투자자들이 주식 포지션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증시의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던 수출 회복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큰 점은 증시에 악재”라며 “미국 대선 레이스가 다시 본격화하는 다음 달부터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대될 우려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증시 대기 자금이 빠진 것이 이미 시장에 돈이 투입된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자예탁금이 줄어든 것은 주식 매수의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최근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흐름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