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도 野도 불편... "국회 정상화" 尹 요구에도 협치 '난망'

22대 국회 개원식 끝내 불참,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尹 "이런 국회 생전 처음" 불만…총선 직후와 달라진 인식

2025-09-02     조석근 기자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국회 개원식에 끝내 불참했다. 1987년 민주화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최근 여야의 극한 대결을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윤 대통령 본인부터 여야 모두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는 상황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 의료, 노동, 교육, 저출생 등 '4+1' 개혁 국정 핵심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를 외면할 경우 국정에 적잖은 차질이 예상된다. 2일 22대 국회 개원식과 이번 정기국회 개회식이 동시에 치러졌다. 대통령실은 전날 예고대로 불참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대통령을 초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 의원의 살인자 망언을 서슴지 않고 그에 대한 사과도 없다"며 "대통령을 불러다가 피켓 시위를 하고 망신을 주겠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연 참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본인이 드러낸 인식과도 맞물린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 국회 상황은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과 같이 국회를 바라볼 때 잘하고 못하고는 둘째이고, 국회가 좀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하지 않겠나, 본연의 일을 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라든지 다양한 청문회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때까지 바라보던 국회와 너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 및 탄핵안 등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은 물론 여당에 대해서도, 특히 한동훈 대표에 대해서도 우회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2026년 의대증원을 유예하자는 한 대표의 방안에 대해 "현안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게 자유민주주의"라며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 의미를 낮췄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여야, 협치에 대한 인식은 지난 5월에 비해 크게 후퇴한 것이다. 총선 참패 직후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을 가진 데 이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어떤 정치인도 선을 긋거나 하지 않고 늘 열어놓겠다"고 강조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도 만날 뜻이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또한 "협치라고 하는 것이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절대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라고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대통령실이 추진하는 4+1 개혁, 민생 현안에서 야당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당장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포함해 연금개혁, 노동개혁 주요 과제에 대해서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의료개혁에서도 의대증원 및 교육 인프라, 지역 필수의료 지원 등 예산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심사를 거친다. 이번 여야 대표회담에 대해서 대통령실은 "국회 정상화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여야간 큰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부터 챙기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환영했지만 여야 대표가 의료대란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등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파열음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