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대를 아우르는 인문도시 포천을 위한 새로운 시립박물관 건립

매일일보  |  포천시에는 2종 공립박물관인 포천역사문화관이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도슨트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분들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관람객으로 박물관을 찾던 입장에서 도슨트로 일하면서, 포천시에 1종 박물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포천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의 다양한 유물과 유적을 보유한 지역으로, 천연기념물과 명승지 등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문화자원을 갖추고 있습니다.

포천역사문화관에 들어서면 포천의 지리적 위치와 시대별 지명의 변천을 시작으로, 선사시대의 인류 발자취와 문명의 시작인 한탄강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청동기시대의 유물, 삼국시대의 군사시설인 반월산성, 후삼국시대 명성산의 궁예 이야기, 그리고 조선 건국을 이끈 이성계의 일화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의 걸출한 인물들, 조선 다섯 왕의 글씨를 볼 수 있는 인평대군 차제문비, 한글로 써 내려간 인흥군 묘산비 등의 탁본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천연기념물, 명승지,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명소인 영평 8경, 한탄강 8경, 근현대문화까지 다양한 포천 내 절경을 사진과 영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전시실 마지막에는 탁본과 포천의 인물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포천역사문화관 도슨트로 일하며 현재의 포천역사문화관이 갖는 한계점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첫째, 현재의 전시 공간은 매우 협소합니다. 수장고에는 많은 유물이 보관되어 있지만 전시할 공간이 부족해 관람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유물의 수가 제한됩니다. 만약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다면 시대별, 주제별로 유물을 교체 전시하여 더욱 알찬 구성의 전시를 선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개인 관람객과 단체 관람객이 겹칠 때 불편함이 발생합니다. 전시관과 체험관이 같은 공간에 있어, 조용히 관람하고자 하는 개인 관람객들은 단체 관람객들로 인해 불편함을 느낍니다. 전시 공간과 체험 공간이 분리된다면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현재 교육실이 별로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박물관 교육을 운영하기엔 매우 부적합한 환경입니다.

역사문화관을 관람한 포천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포천에 몇 십 년을 살면서도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거나 “지나가다 우연히 들렀는데 이런 곳이 있어서 너무 좋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는 박물관의 규모가 작거나 홍보가 부족한 탓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포천은 많은 역사문화 유산을 보유한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그러나 포천의 문화적 인프라는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포천역사문화관이 있긴 하지만 다양한 전시와 체험,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해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포천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 큰 제약이 됩니다.

어릴 때부터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현장에서 배우고 박물관을 통해 체험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포천에 1종 박물관이 건립되어 체계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면 포천시민들과 주변 시군의 교육과 문화에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이는 포천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세대를 아우르는 인문 도시로서의 포천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포천시립 박물관 건립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길 바랍니다.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앞으로 포천시를 이끌어갈 후손들이 애향심을 가지고 자부심 넘치는 포천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