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당장 공급확대는 무리… 지속적 공급 시그널 무게
정부, 3일 8·8대책 후속조치 발표 즉각적 집값 안정 효과는 어려워 지속적 공급 의지 및 비아파트 활성화가 현실적
2025-09-03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잇따른 공급대책 발표에 나서고 있으나, 인허가 물량이 워낙 부족해 단기적인 공급 확충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재처럼 지속적이면서도 안정성 있는 공급 확대 시그널을 시장에 꾸준히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원래 계획대로 이달 중 서울 동작구 수방사 부지와 3기 신도시 인천 계양지구의 공공분양주택 분양에 나선다고 3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인천 계양 A2·A3 블록에서 3기 신도시 최초로 1106가구가 분양된다. 아울러 정부는 개발·재건축 절차를 단축해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특례법 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3년 한시로 재건축·재개발(투기과열지구 제외) 용적률을 법적 상한보다 최대 30%포인트 높여주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정부가 지난 8월 8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후속 조치다. 이번 조치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 집값을 잡는 데 목적이 있으나, 2~3년 전 코로나19 여파에 물량 공급 차질을 빚고 있는 만큼 단기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20년 8월 당시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3086가구로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 8월(4331가구) 대비 28.7% 줄었다. 1월부터 8월 사이 누적 인허가 물량은 3만3319가구로 직전 같은 기간(4만5738가구) 대비 27.2% 줄었다. 이는 직전 5년 1~8월 평균 물량(5만780가구)보다 34.4% 줄어든 수치다. 공급 지표 중 하나인 착공과 분양 물량도 나란히 줄었다. 지난 2020년 8월 서울의 착공 실적은 2410가구로 직전 같은 기간(4823가구)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분양된 주택은 663가구로 직전 같은 기간(3707가구) 대비 82.1% 줄었다.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 두드려졌다. 인허가 물량은 지난 2020년 8월 기준 1만4413가구로 직전 같은 기간(1만9566가구) 대비 26.3%, 착공과 분양 물량은 각각 1만3539가구와 9711가구로 직전 같은 기간 대비 40.3%와 46.3% 감소했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8·8대책 등 최근 정부정책은 공급확대를 통한 주택 시장 안정을 목표로 해 긍정적이지만, 중장기적 계획에 가깝다”며 “당장에 불안한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 지역(공급확대)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도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중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책은 미흡한 만큼 향후 주택공급 부족이나 금리 인하 여파로 주택가격 상승이 예상돼 능동적인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사안이 법 개정 등을 전제로 하는 8·8부동산대책도 현재와 같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합의된다는 보장도 없다. 정부는 지난 1월 10일에도 준공 30년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야당 반대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8대책 발표 이후 블로그를 통해 △집값 상승세를 완화하기에 느린 공급 속도 △정부의 정책 일관성 부족 △수도권과 비수도권 양극화 심화 △야당 협조를 위한 사전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그럼에도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최근 8·8대책의 경우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이나 철도지하화특별법처럼 지역 개발에 관한 법이기에 국회 통과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당장 정부·여당이 집값 안정 효과를 노리기 어려운 만큼 지속적인 공급 시그널을 시장에 줘야 한다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김선주 경기대 교수도 “8·8 공급대책이 곧바로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공급 시그널을 줌으로써 시장가격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8·8대책을 통해 제기된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권대중 교수는 “빌라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쏠림 현상이 아파트 가격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매수 당시 부담을 줄여주는 비아파트 수요진작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8·8대책에 대해서는 “취등록세 감면은 좋은 정책이지만, 의무화 기간을 세분화하고(6년에서 2년 단위) 기간에 따라 세제혜택을 부여하면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