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옥죄는 은행들...집 있으면 빚도 못 얻는다

금융당국 압박에 문 걸어잠그는 은행들 무주택자에게만 주담대 공급 방침 잇따라

2025-09-03     이광표 기자
서울의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며 정부의 대출 관리 압박이 거세지자 대출문턱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무주택자에게만 주담대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잇따라 밝히면서 집이 있는 차주들은 사실상 대출이 막혀버렸다. 

NH농협은행은 오는 6일부터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해 수도권 소재 주택 구입 목적의 자금 대출을 잠시 중단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실수요자 중심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의 하나로 이같이 결정해 영업점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수도권 소재의 2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에 대한 생활안정자금도 1억원으로 제한한다.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 등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임대인 소유권이전, 선순위채권말소(감액), 주택처분조건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모기지보험 상품(MCI·MCG) 가입도 제한해 사실상 대출 한도를 줄이기로 했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이다.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액 한도를 줄일 수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6월부터 모기지신용보험(MCI) 대면 주담대를 중단했는데 이를 비대면 주담대까지 확대한다. 모기지신용보증(MCG) 취급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다만 저소득 실수요자는 보호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디딤돌)대출과 집단(잔금)대출은 제외한다. 농협은행은 지난 7월 24일에 이어 8월 14일 주담대 금리를 올리기도 했다. 앞서 우리은행도 오는 9일부터 주택을 소유한 경우 추가 구입을 위한 주담대를 제한하고 무주택자에게만 전세자금대출을 지원하는 등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지난 1일 내놓았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무주택자에게만 주담대를 실행하고 최장 만기를 30년으로 제한한다고 전날 밝혔다. 임차보증금 반환이나 기존 대출 상환 목적이 아닌 생활안정자금의 한도도 1억원으로 제한한다.

은행들의 이같은 조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리 인상을 통한 가계대출 억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직후부터 시작됐다.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KBS 방송에 출연해 “최근 은행의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며 “앞으로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