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70년대생' 전성시대...회장만 30명 넘어
한국CXO연구소 조사…대기업 총수 7명 1970년 이후 출생한 회장·부회장 83명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1970년대생이 재계 주도권을 쥐는 모습이다.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주요 오너가 320여명 중 회장급만 30명을 넘고, 이 중 7명은 대기업 집단 총수에 해당됐다. 부회장급도 50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1970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 임원 현황 분석'에 따르면 88개 대기업 집단(그룹)을 포함한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60개 중견·중소기업에서 1970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 중 임원 타이틀을 보유한 인원은 모두 318명이다.
이 중 공식적으로 명함에 '회장' 직위에 오른 오너 경영자는 30명이다. 회장 타이틀을 따로 쓰고 있지는 않지만 공정위 지정 대기업 집단의 동일인(총수)에 해당하는 장병규(51)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까지 합치면 3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1970년 이후 출생한 젊은 오너가 중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 집단의 동일인에 해당하는 총수만 7명으로 조사됐다. 대표적 인물은 정의선(54)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2020년 10월에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그룹 회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재계 순위 4위인 LG그룹의 총수인 구광모(46) 회장도 1970년대생으로 2018년 LG그룹 수장에 올랐다. 이 외에도 조원태(48) 한진그룹 회장, 정지선(52)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조현범(52)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김남정(51) 동원그룹 회장도 포함됐다.
중견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회장은 20명으로 이 중 창업 1세대에 속하는 회장급은 2명으로 집계됐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는 이스트소프트 설립자 김장중(52) 회장, 아스콘과 레미콘 사업 등을 영위하는 SG의 박창호(52) 회장이다.
최근에는 1970년 이후 출생한 회장보다 부회장 직위에 오르는 오너가 임원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올해 기준으로 부회장 타이틀을 달고 있는 오너가 임원은 이번 조사에서 52명으로 전년(39명) 대비 30% 넘게 증가했다.
부회장급 임원 중에서는 올해 50세인 1974년생인 7명으로 가장 많았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서태원 디아이동일 부회장,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부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 등이다.
조사 대상자 중에는 여성 부회장도 7명 있었다.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을 비롯해 정혜승(52) 인지컨트롤스 부회장, 김주원(51) DB 부회장, 임세령(47) 대상홀딩스 부회장, 성래은(46)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 조연주(44) 한솔케미칼 부회장, 경주선(39) 동문건설 부회장이 1970년 이후 태어난 여성 오너가 부회장 그룹군에 속했다. 이 중 임세령·조연주 부회장은 3세 경영자이고, 나머지 5명은 모두 2세 기업가에 속했다. 이들 중에서 누가 먼저 여성 회장 직위에 오를지도 관심사로 모아진다.
이번 조사에서 대표이사와 의장을 포함해 사장급 최고경영자(CEO)만 해도 157명(49.4%)으로 절반에 근접했다. 이 중 44명은 1980년 이후 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88개 대기업 집단 총수 자녀 중 대표적인 젊은 사장급에는 △정유경(52세) 신세계 △이은백(51세) 삼천리 △박준경(46세) 금호석유화학 △박태영(46세) 하이트진로 △이주성(46세) 세아제강지주 △허윤홍(45세) GS건설 △홍정혁(41세) BGF △김동원(39세) 한화생명 △김대헌(36세) 호반건설 총괄사장 등이 꼽혔다.
특히 정유경 신세계 그룹 총괄사장을 비롯해 이부진(54세)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51세) 삼성물산 사장 중 향후 누가 먼저 범 삼성가 젊은 여성 임원 중 부회장 타이틀을 달게 될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970년에서 1974년에 출생한 오너가 젊은 임원이 116명(36.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75년~1979년생 102명(31.8%), 1980~1984년생 66명(20.8%), 1985~1989년 24명(7.5%), 1990년대생 11명(3.5%) 순으로 나타났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최근 젊은 오너들은 경영 수업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해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사장과 부회장까지 오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나이가 젊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핸디캡을 높은 직위를 통해서라도 조직을 빠르게 장악하고, 사업을 스피드하게 이끌어감과 동시에 대외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인 다른 기업 오너와 인사의 격을 어느 정도 맞추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