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잡초가 안내하는 도심 속 유토피아 『도시 명당을 찾아내는 잡초 이야기』

- 내가 사는 곳이 명당이라면 반드시 있다 … - 명당에서만 자라는 잡초, 지칭개

2025-09-04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명당일까? 궁금하다면 집 주변에서 ‘지칭개’라는 잡초를 찾아보라. 지칭개가 자라는 곳이 명당이기 때문이다.

20여 년간 풍수를 공부하고 4년간 들풀을 관찰한 저자는 미묘하게 환경 변화를 감지해 명당이라고 감별한 땅에서만 자라는 ‘지칭개’를 찾아냈다.
자연과학적으로 풍수를 다룬 『주자의 자연학』, 『발미론』과 같이 검증된 문헌을 기반으로 강남, 여의도, 북촌, 용산 등 서울의 주요 지역과 남부 지방의 절터, 제주도의 들판까지 전국 곳곳을 답사해 찾은 ‘명당 지표식물’이다. 잡초는 흔히 어디서나 잘 자란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곳, 원하는 때에 싹을 틔운다. 지칭개 역시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자리에서 매년 9월에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이 지칭개를 통해 명당을 찾아내기 딱 좋은 계절이다. 잡초와 명당,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잡초 지칭개는 명당 공인중개사로 통한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명당 사진 47컷에 잡초 세밀화가 더해져 도시 명당을 찾아내는 잡초 이야기가 산책길처럼 펼쳐진다.

파묘하지 않고 놀이로 하는 풍수

이 책은 미신적인 풍수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로 새롭게 탈바꿈한다. 저자는 최근 크게 흥행한 영화 〈파묘〉부터 실제 조선시대 파묘 사례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풍수에 관한 오해부터 바로잡는다. 특히 묫자리로 조선에 돌풍을 불러일으킨 세종대왕, 흥선대원군, 이익의 숨겨진 이야기는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풍수를 흥미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땅의 모양, 산·강과의 거리, 기심 등을 도표화해 만든 간단한 명당 평가 모델로 ‘도시 명당 찾기 놀이’를 하는가 하면, 이보다 더 재미있고 쉬운 방법이 있다면서 ‘지칭개 찾기 놀이’를 시작한다. 여의도공원, 영등포구 아파트, 창덕궁 등에서 지칭개를 발견할 때마다 저자가 기록한 일지와 사진을 따라가다 보면 보물찾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명당을 찾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이 놀이는 현장에서 빛을 발한다. 책 표지를 덮고 밖으로 나가면 어느새 길가에 자란 잡초를 들여다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독자 스스로 지칭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지칭개의 잎과 꽃 모양, 성장 시기, 생장 조건, 발견한 장소 등 지칭개와 관련한 모든 정보부터 지칭개와 헷갈릴 수 있는 잡초들의 정보까지 세세하게 서술했다.

엉겅퀴, 민들레, 냉이, 뽀리뱅이까지 함께하는 땅

지칭개가 찾은 도시 명당은 풀과 나무가 자연스럽게 자란 도심 속 녹지 공간이다. 제초된 지역이 아무리 좋은 명당이어도 그곳은 명당이 될 수 없다. 식물이 없는 곳에서는 명당의 주요 조건인 편안하고 쾌적한 감정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칭개 덕분에 식물과 함께하게 된 삶에서 느낀 감정들을 깊이 있게 들려준다. 이 책의 산책길을 따라 참나무 육 형제의 얼굴을 외우고 지칭개와 닮은 엉겅퀴, 민들레, 냉이, 뽀리뱅이를 들여다보자. 지칭개를 찾는 여정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무채색 풍경이 생명 공동체의 땅이자 아름다운 도시 명당으로 변하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