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尹 정부에서 韓 총체적 위기···국정 정상화 위해 국회 나서야"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안전·민생·외교·민주주의 등 위기" 여·야·의·정 협의체·채상병·김건희 특검 주장···與 협조 촉구
2025-09-04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윤석열 정부 집권 기간 대한민국이 국민안전, 민생경제, 외교, 민주주의, 헌정질서 등에서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위기 극복을 위해 국회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22대 국회 첫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22대 국회 제1당 원내대표로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보다 하루 앞서 연단에 섰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 준수 의지에 의문을 표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 뉴라이트 의혹을 받는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앉힌 것을 거론하며 "헌법 전문을 부정하는 자들이 공직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반국가관을 가진 공직자를 즉각 해임함으로써 헌법 수호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윤 대통령이) 보여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4개월을 거치며 대한민국이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림동 반지하 침수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을 차례로 언급하며 "이 모든 참사를 관통하는 것은 (정부의) 무대책, 무능력, 무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참사를 대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는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산산조각 냈고, 국민을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았다"고 했다. 또 최근 장기화하는 의정갈등에 따른 의료대란을 언급하며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밝혔다. 민생경제도 파탄지경이라고 질책했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나라 국가채무와 가계 빚의 총합이 사상 최대치인 3000조를 넘어섰다"며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7846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체불액은 벌써 1조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도 한계상황에 내몰렸다.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 명에 육박했다"며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가계 실질소득은 줄어들고 내수 경기는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졌다. 그럼에도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국민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했다. 현 정부 들어 급증한 '세수 펑크'도 지적했다. 민주주의 위기도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검찰독재, 국회 무시와 행정독주, 언론탄압으로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야당은 국정운영의 파트너가 아니라 궤멸해야 할 적으로 간주됐다. 법률을 형해화하는 시행령 통치가 일상이 되었다"며 "대통령은 거부권을 남발하고 있다. 치졸한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 출범 직전 17위였던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2년 만에 무려 30계단이나 추락했고, 대한민국은 '민주화에서 독재화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국가'로 평가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가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국제관계 변화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한 채 한반도를 다시 냉전의 최전선으로 만들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와 안보 정책은 국익을 훼손하고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가 일본에 대해선 '굴종 외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윤 대통령이 헌법 부정 인사들을 공직자로 임명하고, 과도하게 많은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헌정질서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국정 정상화를 위한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과 정부가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며 "국회라도 나서서 국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 위기 앞에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회복불능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박 원내대표는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신설 △내수 경기 진작책 마련 △딥페이크 범죄 근절 및 피해자 보호책 강구 △공정 가치 회복을 위한 채상병 특검 및 김건희 여사 특검 통과 등을 국회의 역할로 제시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여당 이전에 입법부의 일원"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도 '용산의 마음'도 아닌 '국민의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입법권과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민주주의 위기의 시대에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대통령과 행정부의 독단과 독선을 견제하는데 나서달라"며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을 비판하고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해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용기를 내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