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잇단 도심 ‘땅 꺼짐’ 사고, 대형사고 터지기 전 근본 대책 세워야

2024-09-04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매일일보  |  지난 8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대교로 가는 성산로 한 도로에서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에 달하는 대형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해 차량 1대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8월 31일 강남구 역삼동 지하철 9호선 언주역 주변 도로와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주변 도로에서도 지반 침하 현상이 나타나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연희동 사고의 경우 싱크홀에 빠진 차량의 모습이 생생히 동영상에 잡혀 공포심을 배가시켰다. 차량 운전자인 80대 남성 A씨가 크게 다쳤으며 함께 탑승하고 있던 70대 여성 B씨는 심정지 상태로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9월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 매년 100개 이상의 싱크홀이 발생한다. 2019년 193건, 2020년 284건, 2021년 142건, 2022년 177건, 지난해 161건이 발생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싱크홀은 957개로 한 해 평균 191건으로 매월 16개씩 발생해 이틀에 한 번꼴이다. 싱크홀 면적을 합치면 약 2.9㎢에 달한다. 그간 여의도 면적만큼 땅이 내려앉은 것이다. 이 기간 2명이 사망하고 49명이나 다쳤으며, 차량도 81대나 파손됐다. 싱크홀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하수관 손상이 446건(46.6%)으로 가장 많다. 이어 공사 구간 원상복구(되메우기) 불량 171건(17.9%), 굴착공사 부실 82건(8.6%), 기타 매설물 손상 64건(6.7%), 상수관 손상 39건(4.1%) 순이다. 이렇듯 싱크홀 발생이 대부분이 부실 토목공사로 인해 나타난 것이지만. 하수관 손상 46.6%와 상수관 손상 4.1%로  상·하수관 손상이 50.7%로 가장 많았다. 2022년 기준 전국 상·하수관 40만 9,625㎞ 중 20년 이상 지나 손상이 우려된 노후화 구간은 39.4%인 16만 1,457㎞에 달했다.  싱크홀은 우리 일상에 성큼 다가온 위협으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92%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 한복판에서 땅이 돌연 꺼지는 일이 반복되면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싱크홀은 통상 지하공간 개발, 낡은 상하수도관 문제로 물먹은 지반이 약해지면서 지하수의 흐름이 바뀌어 유실이 생기거나 공사 중 상하 수도관 손상에 따른 누수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심의 경우 땅속의 터널, 수직구, 상수도 배관의 경사로 인한 압력 등 인공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도시 집중 현상이 강해지고 철도 지하화 등 지하 개발이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도심 싱크홀이 커다란 재난으로 발전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땅속 안전과 관련해 정부, 지방자치단체, 전문가들이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싱크홀을 예방하기 위해선 이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항공기시스템과 인공위성에서 수집된 레이더 자료를 이용한 ‘레이더간섭기법(InSAR)’을 통해 싱크홀을 예측하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2012년에는 미국 LA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을 발생 한 달 전에 예측한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잠실 석촌호수 인근 크고 작은 싱크홀이 무더기로 생긴 사건으로 당시 정부는 싱크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2015년 출범한 언더그라운드 세이프티(UGS │ Under Ground Safety) 융합연구단은 싱크홀을 예방할 방법을 세우기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비롯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의 연구원들이 모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부실하다. 발생 지점만 메우는 땜질식 처방에 급급하다는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예방 차원에서 도심의 지반 탐사를 늘리고, 지하 공사 관리가 중요한데 이를 다루는 지표투과레이더(GPR │ Ground Penetrating Radar) 등 장비에는 한계가 있다. 단적으로 서울시가 10년 전 도입한 GPR은 지표면에서 3~4m 아래까지만 감지할 수 있다. 연희동 사고처럼 지하 5m 이상 깊은 곳에서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에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싱크홀(땅 꺼짐)이 한 번 일어나면 엄청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서 인력 충원과 장비 확충을 서둘러야만 한다.  도심의 노후 상·하수관 교체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등의 조치도 당연히 선행되어야만 한다. 앞으로 싱크홀(땅 꺼짐)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크다. 상·하수관 외에도 통신관·가스관 등 미로처럼 얽힌 지하 매설물은 날로 늘어나고 있는 데다, 현재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공사까지 진행 중이다. 싱크홀은 발생 지점만 메우는 땜질식 단발 처방으론 원천적인 사고 예방은 요원하다. 우선 도심 지하에 무엇이 얼마나 포설돼 있는지 파악하는 ‘지하 시설물 지도’부터 제작하고 철저한 사전 조사와 정밀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의당 지반 탐사 주기를 늘리고, 지하 매설물과 도로변 공사 때는 토사가 유실되지 않고 지반이 제대로 다져졌는지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