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엔니오 모리꼬네' 전상윤 데뷔 30주년 기념음반 'The Scenes #' LP와 CD 동시발매

2025-09-04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건축과 닮았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구조물을 구축하는 과정은 매우 지난한 작업이다. 작곡된 음악이 완전한 형태를 갖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정은 녹음과 믹싱이다. 
음표 하나 하나가 공간을 향해 세심한 좌표를 그리며 마이크를 통해 기록되면, 비로소 소리가 현실이 되고 그 순간은 영원히 시간에 사로잡힌다. 가장 긴장되고 극도로 예민해지는 순간이다." -- 영화음악가 전상윤 

1993년에서 2024년까지 한국 영화음악 30년, 과연 어떻게 만들어왔나? 이게 궁금하면 전상윤에게 물어봐야만한다. 한국의 엔니오 모리꼬네로 불리는 영화음악가 전상윤의 데뷔 30주년 기념음반 ‘The Scenes #’이 아날로그 LP(GOOD VINYL 5031)와 CD(GOOD 3209)로 출시됐다. 

2023년 겨울에 체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Czech National Symphony Orchestra, 이하 CNSO)와 함께 프라하의 CNSO 스튜디오에서 레코딩한 음반이다. 

지휘

CNSO 스튜디오는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녹음실로 엔리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루이스 바칼로프(Luis Bacalov), 브뤼노 꿀레(Bruno Coulais) 등 세계적인 영화음악의 거장들이 작업해왔다

전상윤은 1966년 생으로 함경도 회령 출신 실향민 아들로 서울서 태어났다. 
중앙대 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오로지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해 급기야 송영수 감독의 영화 ‘선유락(1993)’의 오리지널 스코어로 영화음악계에 데뷔했다. 

박찬욱 감독의 ‘삼인조(1997)’,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1998)', 김기덕 감독의 ‘섬(2000)', 박철희 감독 '예의없는 것들(2006)', 강경훈 감독 '죽어도 해피엔딩(2007)'을 거치면서 손꼽는 영화음악 감독으로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이외에도 마스카라(1995)', '눈을 감으면 보이는 세상(1996)', '실제상황(2000)', '엄마(2005)', '별별이야기(2005)', '킬미(2009)'등 20여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하며 '영화의 미쟝센을 완성 시켜주는 대가', '영화의 꽃'라는 칭호를 얻었다. 

전상윤의 음악은 유려한 선율을 담은 빼어난 서정성이 특징이다. 이러한 매혹적인 선율은 특별한 우수를 담고 있어 듣는 이를 애상(哀傷)에 빠지게 한다. 

심광진 감독의 ‘불후의 명작(2000)’, ‘이대근, 이댁은(2007)’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영화의 흥행과 관계없이 음악애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전상윤

이번에 출시된 ‘The Scenes #’ 앨범은 새롭게 작곡해 발표하는 곡(Instrumental Anthology Part) 5곡과 그가 특별히 사랑하는 오리지널 스코어(Film Music Original Sound Track Part) 5곡을 1,2부로 나누어 담았다. LP는 앞, 뒤면이다. 

1부 첫곡 'JINY IN THE RAIN'은 비 오는 날 노란색 비옷과 장화를 신은 네 살된 딸을 바라보는 아빠의 행복한 순간이 건반 위에 흘러간다.

'LATE FALL'은 앙증맞지만 아주 낯선 협궤열차의 마지막 종착지 옛 송도역. 작은 역사와 협궤열차, 레일,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교 위에서 바라본 해질녘 서해 풍경이 보인다. 1994년 가을의 일이다. 

'SAPIENCE HILL'에서는 직장생활로 번 돈으로 고가의 신시사이저를 사 들고 집에 돌아온 결연한 청춘시절이 있다. 
'AUGUST SKY'는 어린 시절 마당 평상에 누워 바라본 평화롭고 변화무쌍한 8월 뭉게구름의 몽환적 스펙터클이 그려졌다. 
'ROUTE 7(513.4Km)'는 동해 7번 국도를 달리는 풍경을 잡아낸 스케치다. 

전상윤

음반 내지에는 곡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 관한 작곡가의 작곡노트가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담겼다. 15년 간 돌아본 국내 여행지를 사진으로 기록한 에세이집 '미친남자 미친여행(랜덤하우스코리아)'을 낸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전상윤은 체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CNSO)를 직접 지휘하며, CNSO 스튜디오에서 녹음작업을 했다. 
CNSO는 안드레아 보첼리, 스팅, 조지 마이클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많은 음악가들 뿐 아니라 엔니오 모리꼬네와의 협업을 큰 성과로 들 수 있는데,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녹음하고 수많은 유럽 순회공연을 함께했다.

2부에 영화 '예의 없는 것들 No Mercy For The Rude'의 'FAREWELL', '킬 미 Kill Me'에 'THE LEAF', 영화 '불후의 명작 A Masterpiece In My Life'에 'SUNSET', 영화 '이대근 이댁은 Mr. Lee Vs. Mr. Lee'의 'FAM TREE', 영화 '섬 The Isle의 'THE ISLE'이 수록되었다.  

모든 곡은 전상윤이 오케스트라 편곡과 지휘를 했다. 피아노, 기타, 키보드도 본인이 맡았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영상의 도움 없이도 영화음악이 그 자체의 두 발로 스스로 서 있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전상윤의 음악이 바로 그러하다.  

음반은 180g 오디오파일 복숭아색 컬러 1,000장 한정판 LP와 CD로 동시에 출시되어 여러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