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년 만에 ‘영끌 패닉바잉’ 조짐, 서울 아파트 투기 막을 대책 시급

2025-09-04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매일일보  |  지난달 서울 지역 주택매매거래가 1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 30일 발표한 ‘24년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주택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이 1만 2,783건을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인 지난 6월 6,091건보다 40.6%, 지난해 같은 시기 거래량 6,081건보다 110.2% 늘어난 수치로 부동산 시장 비수기라 할 수 있는 7월 서울 지역 주택매매 거래량이 1만 건을 넘은 것은 2021년 8월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었다.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 거래는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매매거래는 9,518건으로 한 달 전인 6월 6,150건보다 54.8% 늘었다. 아파트 거래는 2021년 9월 9,684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서울 주택 매매시장에서 아파트가 차지한 비중은 74.5%까지 확대됐다. 559건에 불과했던 2022년 10월 거래량과 비교하면 무려 17배다. 한 달 뒤 집계되는 거래량의 특성상 8월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2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대출을 분석한 결과 8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68조 6,616억 원으로 한 달 새 8조 9,115억 원이나 증가했다. 시장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공포감에 너도나도 빚을 내 주택 매수에 나서는 ‘영끌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이 들썩이는 동인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한 데다가 정부의 정책 엇박자가 막차 수요까지 자극하고 있어서다. 특히 7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거래량은 부동산 활황기였던 2020년 12월 3,427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보였다. 5년 거래량 평균치와 비교해봐도 올해 7월 거래량은 32.9%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3주 연속 오름세다. 이른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이 여전히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8월 2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넷째 주(8월 26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26% 오르며 23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상승 폭은 지난주(0.28%)보다 줄었다. 전국 아파트 가격도 전주보다 0.8% 상승했다. 지난주 상승 폭을 유지하면서 11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 8일 발표한‘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8·8 부동산 공급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23주째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 고점을 넘어선 지역도 강남권에서 외곽으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집값과 금리 변동에 신중한 40대 실수요자들이 30대를 제치고 매수 주체가 된 것은 심상찮아 보인다. 공급 부족으로 주택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출을 조여야 할 정부가 오히려 정책 대출을 푼 책임이 막중하다. 여기에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연기한 건 패착이었다. 이후 은행을 압박해 금리를 높인 정부의 관치는 서둘러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심리만 더 키웠다. 결국 지방은행이나 보험사, 저축은행 등으로 수요가 몰리며 혼란상만 야기됐다. 무엇보다 주택공급 부족으로 집값 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신생아 특례대출, 디딤돌대출 등 정책 대출을 대거 풀어 가계 빚 증가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책임에서 결단코 자유로울 수 없다. 올해 들어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의 70% 정도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지 않는 저리의 정책 대출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시장이 과열되자 뒤늦게 디딤돌·버팀목 대출의 금리를 인상하는 등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주요 시중 은행의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동시에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이른바 ‘막차 수요’가 쏟아진 결과다.  지난 9월 2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8월 가계대출 잔액을 취합한 결과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 3,642억 원으로 지난 7월 715조 7,383억 원보다 무려 9조 6,259억 원 늘었다. 2016년 1월 이후 월간 증가 폭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영끌’ 광풍이 불었던 2020년 11월 가계대출 증가 폭 9조 4,195억 원보다도 2,064억 원이나 많다. 5대 은행의 지난 8월 신용대출도 102조 6,068억 원에서 103조 4,562억 원으로 8,494억 원이나 늘었다. 신용대출 잔액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석 달 만이다. 지난달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높이고 신규 대출 취급 한도를 제한하는 등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자, 신용대출로 ‘풍선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현재는 실수요자 시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수요만 존재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와 달리 갭투자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갭투자율이 높아지면 주택가격이 항상 초과 상승한다는 패턴이 있는데 이것이 올해도 반복됐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 투자수요가 과잉된 것도 사실이기에 모든 시장이 실수요 시장도 아니었던 셈이다.  이제 정부는 그동안의 정책 과오(過誤)에서 얻은 경험을 거울삼아 부동산 시장이 과열로 치닫지 않도록 투기 수요를 막아낼 특단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때마침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에 들어간 만큼 새 제도가 조기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미 거래량과 주택담보대출에서 이상 신호가 나온 만큼 시장을 안정시킬 조치도 주저하지 말고 서둘러야 한다. 해제했던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조정대상지역을 재지정하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는 심리지만 정책은 타이밍이다. 더 늦기 전에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물가를 잡는 게 지금 민생 경제에서 가장 시급한 일임을 각별 유념하여 실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