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충전율 90% 제한"…마녀사냥 당하는 전기차

2025-09-04     서영준 기자
서영준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일부 지자체들이 '배터리 과충전 방지'에 초점을 맞춰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실효성이 낮다는 것은 물론 전기차에 대한 불신감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서울시가 국토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율 90% 제한 정책을 강행하기로 했다. 권고사항으로 강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영향력이 가장 큰 지자체인 만큼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 결정은 충전율과 화재 발생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전제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과충전에 의해 전기차 화재가 일어난 사례는 전무하다. 전기차 1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500~1000개에 달한다. 배터리 충전량이 총열량과 비례해 화재의 규모나 지속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화재 원인은 충전량 자체와는 무관한 셀 자체의 제조 불량 또는 외부 충격에 의한 내부적 단락이 대부분이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대비 화재 발생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전기차 1.86건, 전기차 1.32건이다. 통계는 충돌 사고, 외부 요인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고 초소형 전기차, 초소형 전기화물차, 전기삼륜차까지 함께 집계되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난 사례는 훨씬 적다. 가뜩이나 전기차 캐즘으로 어려움을 겪는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배터리 100%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했다"며 "시스템 상의 100%가 실제 100%가 아니기 때문이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과충전을 차단하고 제어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신속하게 대처했다는 입장이겠지만, 과학적 근거 없는 정책으로 전기차 포비아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전기차는 '탄소중립'이란 대명제 앞에 세계 각국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자, 우리 산업의 미래 먹거리다. 전기차 제조사·배터리 기업들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하고, 지자체는 전기차 화재 우려가 높아졌다고 해서 설익은 정책으로 '포비아'를 조장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