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슈퍼마켓…남녀노소 찾는 이유 ‘확실’

1~2인 가구 겨냥해 신도시‧골목상권 진출 영업시간‧새벽 배송 규제 완화 후 성장 가능성도

2025-09-04     이선민 기자
슈퍼마켓에서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고전하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올 상반기 재기에 성공했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올해 상반기(1∼6월) SSM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편의점(5.2%), 대형마트(0.7%) 등 다른 오프라인 유통 업체를 모두 앞질렀다. 지난해까지 기업형 슈퍼마켓은 저렴함을 앞세운 대형마트, 골목상권을 점령한 편의점에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빼앗겼다. 심지어 코로나19 기간 쿠팡이츠, 컬리 등 이커머스의 새벽배송이 활성화되고 B마트 등 퀵커머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더욱 위기를 맞는 듯 했다. 하지만 SSM이 출점전략을 바꾸고 서비스 편의성을 높이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GS리테일의 GS더프레시, 롯데쇼핑의 롯데슈퍼, 홈플러스의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이마트의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유통 대기업 4사가 대형마트보다는 규모가 적고 편이점보다는 큰 일반 슈퍼의 입지를 새로 세운 것이다. 이들은 SSM의 본질은 ‘슈퍼마켓’에 집중했다. 1~2인 가구가 급증하는데 맞춰서 소형가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출점하고, 밀키트와 소용량 제품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대형마트보다는 용량을 줄이고 편의점보다는 가격을 낮추면서 1~2인 가구의 장바구니 부담을 낮췄다. 우리나라 1~2인 가구 증가는 어느 국가보다 가파르다. 2015년 520만명 수준이던 1인 가구는 지난 2022년에는 750만 명을 초과했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20%에서 2022년에는 34.5%로 14.5%p가 늘었다. 세집 중 한집은 혼자 사는 셈이다. 1인 가구는 연령별로 보면 29세 이하 1인 가구가 19.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70세 이상 18.6%, 30대 17.3%, 60대 16.7% 순이었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지 않다. 1인 가구의 연간 소득은 3010만원으로, 전체 가구의 44.5% 정도다. 1인 가구의 자산은 2억949만원으로, 전체 가구의 39.7%에 그쳤다. 부채는 3651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을 공략한 SSM은 올 2분기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SSM업계 1위인 GS더프레시 매출은 10.3% 증가한 3941억원, 영업이익은 2.1% 오른 65억원을 기록했다. GS리테일의 다른 유통 채널에 비해 매출 증가율이 가장 컸고 영업이익은 유일하게 성장했다. GS더프레시는 지난달 500호점을 돌파했으며 오는 2027년까지 1000호점으로 늘릴 계획이다. 업계 2위인 롯데슈퍼도 영업이익을 개선했다. 올 2분기 롯데쇼핑의 슈퍼의 매출은 3303억원으로 1.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8억원으로 153.3% 증가했다. 주요 사업부문인 백화점, 마트, 슈퍼 중 백화점과 마트의 영업이익이 모두 후퇴한 가운데 슈퍼만 실적을 개선한 것이다. 업계는 SSM의 성장이 일시적이기보다는 장기화한 고물가 시대에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슈퍼마켓은 77에서 85로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게 나타났다.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하는 영업시간 제한 규제가 풀리면 더욱 성장에 날개를 달 전망이다. SSM은 일반 슈퍼나 식자재마트와 규모에서 큰 차이가 없음에도 유통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함께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제한 시간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의 불편을 가중하고 골목상권 살리기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이 규제는 개인 점주가 소유·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취지와 배치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 대형마트·SSM 규제 폐지를 내걸었고 여당을 중심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 규제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시일이 걸리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대구시, 충북 청주시에 이어 서울 서초구·동대문구, 부산시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고 있다.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나아가 법안이 실정에 맞게 수정이 된다면 근거리 배송이 가능한 SSM의 발전 가능성은 더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의 본질을 찾아간 결과 SSM은 2막을 맞이하고 있다”며 “대형마트 접근성이 낮은 1~2인 가구 거주 비중이 높은 신도시를 중심으로 신규 출점을 하면서 꾸준히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