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빈 칼럼] 여의도의 눈
2024-09-05 매일일보
햇수로만 4년 동안의 정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갓 성인이 되었을 때 도전한 국회의원 선거, 곧바로 이어진 지방선거에서 참모로서의 경험을 쌓았고, 전당대회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해 22살부터는 여당의 상근부대변인으로 활동했다. 다시 총선이 다가왔고 또다시 같은 지역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당의 선택을 받지 못하며 고배를 마시게 됐다.
4년이라는 기간 중 2년을 여의도에서 활동했다. 전당대회부터 당 지도부에서까지 대변인 생활을 이어가며, 어느 정도 '여의도물'을 먹었다. 현재는 두 번이나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던 지역에서 카페, 라운지, 갤러리 등 사람들이 모이는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2년 동안의 여의도 생활로 얻은 것은 바로 '여의도의 눈'이다. 중앙정치인, 그러니까 여의도 사람들은 '여의도의 눈'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바라본다. 안타깝게도, 여의도물을 먹은 사람들이 체득한 그 '눈'은 일반적인 대다수의 국민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많은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의도의 사람들은 '여의도의 눈'을 가지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언급한 '여의도 문법'으로 이야기한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당리당략만을 생각하고 그에 따른 국민들의 관심이 극히 드문 '정쟁을 위한, 정쟁에 의한' 아젠다만을 찾아다닌다.
여의도에서의 2년 동안, 그곳에서 체득한 '여의도의 눈'은 처음에는 새로운 정치적 인사이트와 가치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여의도에서 멀어지고 생업에 몰두하는 청년으로 산 불과 몇 개월 동안 '여의도의 눈'이 얼마나 왜곡된 것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여의도의 사람들은 현실에서 멀어져 오직 정치적 게임에 집중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 결과, 진정한 '국민의 눈'은 정치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정치권에서는 항상 청년들의 무관심을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아니 모든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분노와 무관심을 해결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노력은 언제나 '여의도의 문법'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이는 국민과 정치 사이의 괴리를 더욱 깊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노력의 방향이 틀렸다. '여의도의 눈', 그것이 없어져야 우리 국민과 여의도 사이의 괴리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다. 국민을 위한 진정한 변화는 여의도에서 벗어나 진정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정치를 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지금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은 바로 이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