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코너 몰린 대통령실·與 '계엄 논란'이 돌파구?
민주당 계엄 의혹에 '나치·스탈린' 빗대 맹비난
與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처럼 '괴담' 불과" 맞공세
2025-09-05 조석근 기자
대통령실과 여당이 야당발 '계엄 논란'에 대해 격렬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이 김용현 경호처장(국방장관 후보)을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처럼 계엄을 검토한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를 '괴담'으로 규정하는 한편 '나치', '전체주의' 등 용어로 맹비난했다.
의대증원의 부작용으로 인한 의료대란으로 정권 차원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계엄 논란을 국면 전환 카드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 지도부 회의에서 계엄 의혹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정말 아무런 근거 없이 밑도 끝도 없이 내뱉은 말,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는 계엄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을 겨냥해 "국정이 장난이냐, 제가 모르고 김 의원이 아는 정보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도 "민주당의 불법적 유언비어를 규탄한다"며 계엄 의혹 자체를 '괴담'으로 규정하는 별도 입장문을 배포했다. 계엄령 논란을 지난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2016년 사드 배치 당시 논란과 함께 '괴담 선동 사례'라는 것이다.
미디어특위는 "김민석 최고위원 등 발언자들이 명확한 근거나 문건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재명 사법리스크 탈출을 위한 임시방편적 유언비어 살포, 괴담정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같은 시각을 드러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한다는 황당무계한 가짜 뉴스까지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탄핵 추진과,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등 민주당의 최근 탄핵 사례를 거론하며 "탄핵을 한다면 이런 거짓 괴담으로 대한민국을 혼란과 분열로 몰아넣는 이런 세력들을 탄핵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같은 여당의 반응은 지난 2일 대통령실이 계엄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후 더 거세지는 상황이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여야 대표 회동 당시 이재명 대표의 계엄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당대표직을 걸고 말하시라"고 직격했다.
또한 "민주당이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의 선동 정치를 닮아가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국가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탄핵, 계엄을 일상화시키고 세뇌시킨 선동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YTN 라디오 방송에서 "계엄과 관련해 건의할 수 있는 국방부 장관, 행안부 장관, 군 정보라인인 방첩사령부 등이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인맥으로 채워지다 보니까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