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3년만에 최대폭으로 '뚝'...한은은 "경기침체 아냐" 낙관
2분기 실질 GNI 559조5천억원...전분기 대비 1.4% 감소 경제 살아난다는데 체감경기 꽁꽁...한은 "하반기 회복"
2025-09-05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분기 대비 1.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년 9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든 거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NI는 559조5000억원으로 전분기(567조5000억원)에 비해 1.4% 감소했다. 실질 GN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2분기(-0.9%) 이후 1년만에 처음이다. 특히 감소폭은 지난 2021년 3분기(-1.6%) 이후 가장 컸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2.4% 달성이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0.2%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하반기 내수 회복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수출과 함께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란 판단이다. 강창구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이날 열린 ‘2024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 설명회에서 “2분기 (역성장은) 1분기 큰 폭 성장에 따른 조정 측면이 강하다”며 “연간 성장은 지난 조사국 전망과 부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은은 경기침체, 내수부진 심화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강 부장은 “내수부진 심화보다는 하반기부터 내수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측면이 있다”며 “산업활동동향에서 소매판매는 부진한 것으로 나왔지만 소비자심리지수가 최근 100을 상회하면서 나쁘지 않고, 민간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 소비에 대응하는 서비스생산지수가 두 달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에도 체감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것은 경기적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이종웅 차장과 김윤재 조사역이 이날 블로그에 게시한 '경제 지표의 그늘, 체감되지 않는 숫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같은 분석을 제시했다. 한은은 먼저 "수출과 내수 간 불균형은 전반적인 경제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을 실제로 체감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업자 수를 가중치로 사용한 '고용 가중 성장률'은 작년 하반기 이후 경제성장률(GDP 성장률)을 지속해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체감 경기 부진의 구조적 요인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도체, 정보기술(IT) 기기 등 자본 집약적 산업 중심으로 수출업종이 재편되면서 수출이 고용 및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한 점을 꼽았다. 이어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분야의 해외직접투자 증가도 국내 설비투자 필요성을 약화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경기적 요인으로는 "최근의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를 제약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둔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수 소비재를 포함한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대다수 경제주체가 느끼는 체감 물가가 지표 물가보다 더 높은 수준임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높은 생활물가는 의식주 소비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가구,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더 큰 부담이라는 게 한은 분석이다. 한은은 또 "금리 인상이 자영업자와 30~40대 가구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 점도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간 괴리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2020년 이후 30~40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했는데, 높은 가계부채에 고금리가 더해지면서 해당 연령층을 중심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30~40대 가구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다른 연령대보다 더 위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자산 불평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도 한 가지 배경으로 지목했다. 한은은 "팬데믹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자산 불평등이 심화한 점 또한 체감경기 부진에 일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 불평등 정도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으나,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는 여타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결론적으로 "체감 경기 부진에는 경기적 원인 외에도 구조적 요인의 영향도 있는 만큼 체감 경기는 점진적인 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경기 대응책뿐 아니라 수출·내수 산업의 균형발전, 유통구조 효율화를 통한 물가수준 안정,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등과 같은 구조개혁 정책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