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PB상품‧소주‧중고”…‘초저가’ 불황 소비 확산

와인‧위스키 수입량 감소…소주 매출만 성장세 이른바 ‘박리다매’가 대세…가성비 PB상품 호황

2024-09-08     강소슬 기자
소비자와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자 초저가를 찾는 경기 불황형 소비 트렌드가 뜨고 있다.

8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는 △2021년 102.50 △2022년 107.72 △2023년 111.59 △2024년(8월) 114.54로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고물가 여파는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유통업계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주류부문에서는 와인과 위스키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대표적 불황형 상품이라 불리는 소주 매출만 성장하는 불황형 소비 형태가 나타났다.

하이트진로의 상반기 별도 기준 소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신장한 655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매출도 1834억원으로 7.5% 늘었다.

최근 몇 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던 지방 소주사 매출도 성장세로 전환했다. 희석식 소주를 주로 판매하는 무학은 상반기 매출이 7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고, 호남 지역 대표 주조업체인 보해양조도 상반기 매출이 454억원으로, 4.1% 신장했다. 

소주 외에 와인과 위스키 등 대부분의 주류 상품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와인 수입량은 2만4461t으로 전년 대비 2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위스키 수입량도 24.9% 줄어 1만2663t을 기록했다.
 
신세계그룹의 주류계열사로 와인과 위스키 등을 주로 취급하는 신세계L&B의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6% 떨어져 799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위스키 기업 골든블루 역시 23.7% 감소한 731억원에 그쳤다. 롯데마트의 주류 특화매장인 보틀벙커 2호점인 창원점도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2년 만에 매장을 철수했다.

낱개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편의점도 가성비 소비는 두드러진다. 편의점업계는 일반브랜드(NB)상품 대비 가격 경쟁력 있는 자체브랜드(PB)를 강화하고 있다. 소비 기한이 3시간에서 1시간 이내로 남은 폐기 임박 상품을 최대 45% 할인하는 ‘마감 할인’ 행사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업계에 도입되기 시작한 마감할인은 출시 초기 대비 현재 매출이 4.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CU는 1000원 이하 상품 매출은 2021년 10.4%에서 2022년 23.3%로 큰 폭으로 뛰었다. 이후 지난해 21.1%, 올해 27.3%로 매년 20%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CU는 1000원 이하의 PB 브랜드 상품을 꾸준하게 선보이고 있다. 올 초 선보인 ‘880 육개장 컵라면’과 ‘990 스낵’은 각각 누적 판매량 60만개, 50만개를 돌파했다. 재작년 여름 출시한 400원짜리 아이스크림바와 1000원인 아이스크림콘은 누적 판매량 500만개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1000원짜리 득템시리즈 두부도 출시 보름 만에 3만여 개가 팔려나갔다.

GS25도 물가 안정 및 소비자 만족을 위해 NB 상품 대비 70~80% 수준의 가격대로 선보이는 ‘리얼프라이스’ PB상품은 본격 도입한지 7개월 만에 누적 매출 200억원을 달성했다.

최근 추석을 앞두고 중고 플랫폼 등에는 지난 명절에 받은 명절 세트 상품들의 거래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건강식품부터 생활용품, 추석 선물용 식용유나 스팸, 참치 등 지난 명절에 받은 상품들의 종이가방 포장까지 그대로 보내준다는 식의 글들이 다양하게 올라왔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자 중고거래를 통해 명절 선물세트를 저렴하게 준비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형 소비가 확산되자 유통업계에선 이른바 ‘박리다매’가 대세가 되는 분위기”라며 “반면 경제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명품 브랜드와 외식 소비가 줄어드는 등 불황형 소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