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백약이 무효' 부동산 시장···남은 하반기도 '영끌 러시' 전망
예정된 공급 부족·무뎌진 금리 감각 강한 규제·꾸준한 공급 시그널 '무색'
2025-09-08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가파르게 치솟는 서울·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대대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대출 옥죄기에 나서고 있지만 집값 상승과 영끌·빚투 행렬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몇 년간 서울·수도권 일대 새 아파트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장기 고금리에 대한 내성으로 주택대출에 대한 공포가 무감각해진 상황이다. 더욱이 조만간 미국발 금리 인하가 유력시되면서 집값 대세 상승 심리가 팽배해지고 있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일대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주까지 각각 24주, 14주, 19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셋값도 서울 67주 연속, 경기 64주 연속 상승했고, 지난 7월 서울·수도권 매매거래량은 시장 거품 논란이 컸던 2020년 이후 4년여 만에 최대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 같은 상승장에 지난달 말 기준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까지 불어나는 등 최근 몇 달 새 패닉 바잉·영끌 매수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8·8 공급 대책을 통해 서울 주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추진과 빌라를 비롯한 비주택 시장 활성화 방안 등 중장기 공급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가계부채 증가 및 투자 수요 차단을 위한 스트레스DSR 2단계(수도권 80%·비수도권 50%) 적용에 돌입하는 등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개시했다. 스트레스DSR은 대출에 따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시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이에 따라 이번 달부터 주택담보대출 시 스트레스 금리가 수도권 1.2%, 비수도권 0.75%씩 각각 적용된다. 향후 스트레스DSR 3단계(100%) 시행도 확정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입을 위한 대출에 나설 경우 1.5%~1.7%대 가산금리가 적용될 전망이다. 이 같은 고강도 대출 옥죄기를 통한 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매수·매도 희망자 비중 수치화, 기준치 100)는 지난주(2일 기준) 103.2로 전주(104.0) 대비 0.8포인트(p) 하락하는 등 3주째 내림세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또한 최근 3주 연속 상승폭이 축소되는 흐름이다. 다만 이는 정부 대책 발표와 대출 여건 악화, 지속된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추석을 앞둔 시기적인 요인과 대출 규제에 따른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 상당수는 당분간 지속적인 기준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점과 가을 이사철 수요 및 강남 3구·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일대 대장단지 위주 가격 급등에 따른 주변 아파트 '키 맞추기' 흐름 등으로 미뤄볼 때 집값 대세 상승 속 패닉 바잉·영끌 러시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코로나19로 신축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2년여가 지난 현재 어떤 공급정책을 쓰더라도 오르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재의 대출한도 축소로 일부 이탈 수요는 있겠지만, 스트레스DSR 3단계 시행 이전 집을 매수하려는 수요도 동시에 가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트레스DSR 적용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취지"라며 "거래 건수가 줄어들 수 있겠지만 거래 가격 자체는 현 추세대로 조금씩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현재 팽배한 가격 상승 기대감을 고려하면 스트레스DSR이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며 "이는 수요자의 눈높이를 낮추는 역할만 할 뿐 집값 흐름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