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대응…정부 ‘국민안전’ 강조는 구호뿐?
구조자 수 엉터리 발표 등 ‘우왕좌왕’ 초기대처에 질타 쇄도
유정복 전 안행 “이번 정권선 대형사고 안나” 입방정도 논란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지난 16일 진도에서 대형 여객선이 침몰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독 ‘국민안전’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박근혜 정부 안전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시절부터 ‘국민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 삼겠다는 공약을 펼쳤고, 대통령 취임 후에는 ‘안전한 한국사회’를 만들겠다며 각종 안전정책을 추진해온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말 ‘국민안전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매월 한 차례씩 실시하는 차관·차장급 ‘안전정책조정회의’를 신설했고, 또 중앙부처·지자체·공공기관에 각각 ‘재난안전책임관’을 지정해 각종 사고에 발 빠르게 대응을 주문해왔다.
또 올해초 여수·부산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잇따르자 “예상 가능한 모든 부분에 안전수칙과 사전예방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0일에는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학생들을 보낼 수 있도록 각별한 대책을 세워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불과 열흘전인 지난 7일에는 “다양한 형태의 복합재난에 대비해서 선제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꿀 만큼 유난스럽다 싶을 정도의 수준으로 ‘안전’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가 올해만 벌써 두 번째 이어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안전제일주의’는 구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10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경주 리조트 참사가 지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했기 때문에 정부의 안전 정책의 실효성과 사전·사후 방지 대응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직후 정부의 초동 대응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사고 직후 가장 중요한 구조자와 실종자 숫자를 엉터리로 발표하는 등 사고 초기 상황을 오판, 재난 대응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전라남도와 소방서, 산림청의 헬기를 대거 동원하고 진도군과 조도면, 목포시 등에 적극 지시해 가용 가능한 모든 구조장비를 총출동시켰어야 했지만 해경과 해군에 지시만으로 초기 구조작업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이날 당초 낮 12시 30분으로 예정된 여객선 공기 주입 작업이 장비 확보 문제 등으로 오후 5시로 지연되면서 관계당국을 향한 실종자 가족들이 원성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경선에 참가중인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의 최근 ‘입방정’까지 구설수에 오르며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이날 “유 전 장관이 지난 2월14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이전 정권에서는 해마다 10명 이상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지만, 지난해에는 50년 만에 그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무보고 뒤 불과 사흘 만에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가 붕괴되면서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한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고 다시 그로부터 불과 두 달 만에 여객선이 침몰하는 대형 사고가 또 터진 것이다.
이 당국자는 “참석자들 가운데서는 (유 전 장관의) ‘자화자찬이 도를 넘었다’고 이야기했는데, 대형 참사가 연이어 발생하니 말이 씨가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