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급한데…갈길 먼 여야의정 협의체
정부, 2026년 증원에 의료계 '과학적·합리적 방안' 촉구
의료계. 내년도 증원 원점 재검토·尹 의료대란 사과 전제
2025-09-08 조석근 기자
대통령실과 여당이 2026년도 이후 의대증원 계획을 의료계와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가동도 되기 전에 표류할 조짐이다.
정부가 여야의정 협의 전제로 종전처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 방안'을 요구하는 데다 의료계는 당장 내년도 의대 정원부터 원점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무조정실은 "의료계가 계속해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부의 2000명 증원 계획을 대체할 수 있는 별도 통일된 의료계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무조정실은 "의료인력 수급체계는 국민연금처럼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것이어야 하며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논의하더라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료인 수요 추계를 가지고 논의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과학적 수급분석을 근거로 필요 최소한도의 규모로 의대증원을 결정한 것"이라며 "1년 8개월 이상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했으나 의료계는 증원에 공감하면서도 그 규모에 대해 이제껏 한 번도 의견을 제시한 바 없다. 정부가 지난 1년 8개월 줄기차게 요청해온 '과학적 근거에 의한 합리적 의견 제시'는 불변하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페이스북에 "의료개혁에 관해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과학적 근거도 없이 임의로 합의하라는 요구, 단 한가지 뿐"이라며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의료계가 과학적인 분석에 기반한 증원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지난 6일 2026년도 의대증원에 대해 "언제든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의대증원을 원래 계획대로 강행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29일 국정브리핑 당시 입장보다 다소 유연해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의대증원 및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를 제안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다시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대통령실이 호응하면서 민주당도 신속한 가동을 촉구했다.
정작 의료계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당장 대한의사협의 경우 7일 "2025년 의대정원의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가 무엇인가"라는 한줄짜리 입장문을 발표했다. 9일부터 내년도 의대 수시 모집 절차가 시작되는 가운데 내년도 증원 계획부터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은 것이다.
경기도의사회도 같은 날 "의료계와의 대화에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막말·실언을 일삼은 조규홍 장관, 박민수 차관, 장상윤 대통령실 수석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시의사회도 "2025년도 입학정원 재검토가 없는 협의체는 무의미하다"며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2020년 9·4의정합의 위반에 대해 복지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