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표' 제3자 특검법 '없던 일' 되면? 韓 리더십 '치명상'

대표 취임 50여일 지났지만 특검법 발의조차 못 해 '친윤 차별화' 리더십 퇴색 우려···발의 시점 '고심'

2025-09-08     이태훈 기자
한동훈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한 지 50일 가까이 됐지만, 한 대표가 전당대회 국면에서 공약한 '제3자 특검법'은 첫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대통령실과 당내 주류인 친윤석열(친윤)계가 특검을 완강히 거부하면서, 한 대표도 쉽사리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고 있다. '제3자 특검법'을 앞세워 친윤계와 차별화를 이룬 한 대표로선, 특검 추진이 무산될 경우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이날 기준 당대표에 취임한 지 48일이 지났음에도 전당대회 공약인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현역 의원이 아닌 한 대표가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선 다른 의원을 통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당 최고 실권자인 대표의 의중이 50여일 가까이 당 행보에 반영되지 못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제3자 특검법 추진에 대한 한 대표의 의지는 여전하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2일 한 대표가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법이 철회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즉각 입장을 내고 "한 대표는 대법원장 추천 방식의 특검법에 대해 기존 입장과 변화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 추진 의사가 명확함에도 발의가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대통령실과 당내 주류 친윤계의 완강한 반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동훈 지도부' 내 대표적 친윤계로 꼽히는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들은 채상병 특검법이 정쟁용이고, 대통령 탄핵을 빌드업하기 위한 음모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입장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친한계 의원들의 발언에서도 특검 추진에 대한 친윤계의 강한 반발 기류가 읽힌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한 대표가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라면서도 "당내 논의와 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당내 의견 수렴 절차가 있어야 하고, 정부와 사전 교감도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특검법이 우리 당내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한 대표가 당 안팎의 상황으로 특검법 발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민주당을 필두로 한 야당은 한 대표 대신 '제3자 특검법'을 발의하며 한 대표 압박에 나섰다. 야당이 공동 발의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은 대법원장이 후보 4명을 추천하면 그 가운데 야당(교섭단체 1명, 비교섭단체 1명)이 2명을 선택해 송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만약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 4명이 모두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야당이 다시 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재추천 요구권(비토권)'도 담겼다. 한 대표는 야당이 새로 발의한 특검법에 대해서도 "내용을 봤는데 바뀐 게 별로 없다"며 에둘러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한 대표가 특검 발의를 끝까지 피하지 못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한 대표의 대권 가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한 여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한 대표도 발의 시점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며 "채상병 사건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나오는 시점과 (특검 발의 시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