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키오스크, 소외되는 시니어

2024-09-09     김철홍 자유기고가
김철홍

매일일보  |  며칠 전 자주 소통하는 나이 60이 넘는 후배 지인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생활권 중심 평생학습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생활권 중심 키오스크 교육’이라는 타이틀로 사회복지관에서 어르신 중심 실생활 키오스크 활용법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키오스크(Kiosk)는 사용자가 직접 터치스크린을 통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무인정보 제공 시스템을 말한다. 최근 IT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키오스크가 보급되고 있다. 인간소외(人間疏外)란 국어사전에 ‘인간성이 상실되어 인간다운 삶을 잃어버리는 일. 기계 문명이나 거대한 사회 조직, 산업 조직, 고도로 관리화되고 정보화된 사회가 오히려 인간에 대하여 부정적인 작용을 하는 데서부터 생겨난다’고 정의하고 있는데, 결국은 인간성이나 인간다운 삶에 상처받아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린 싫든 좋든 중년도 무서워하는 키오스크 만능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젊은 층은 문명의 이기를 제대로 누리고 삶을 더욱 편하게 하려고 하지만 시니어들은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달가워하지 않는다. 즉 시니어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많은 음식점에서는 키오스크가 주문 및 결제 시스템으로 많이 사용된다. 고객이 직접 터치스크린을 통해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할 수 있으며, 결제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또한, 키오스크를 통해 고객은 메뉴 사진과 설명을 자세히 볼 수 있어, 메뉴 선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키오스크는 공항, 은행, 호텔, 영화관, 도서관, 박물관, 쇼핑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키오스크의 진화는 최근 경조사 문화도 바꿔놓고 있다. 요즘의 예식장이 주례가 없고 양가 부모의 덕담으로 대신하는 풍토로 바뀌는 것처럼, 축의대(접수대)에 세울 지인·친척을 부탁하기 어렵거나, 축의금 도난방지 등 편의성을 이유로 대여하는 키오스크가 하객의 축의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이외에도 주차권과 식권을 발급은 물론 축의금액, 식권·주차권 개수 등 키오스크를 통해 정확한 정산 등 하객은 예식장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장례식장에서는 키오스크가 조문객의 조의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조문객은 키오스크를 통해 직접 조의금을 전달할 수 있으며, 키오스크를 통해 정확한 정산은 물론 조문객은 장례식장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또한 고물가 시대에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경조사비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조의금을 카드 할부로 낼 수 있도록 한 이색적인 장례식장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키오스크 문화는 빠른 처리 속도 등 편의성은 물론 인력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은 인간적인 가치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온라인상에 예식장이나 장례식장 키오스크 기계 등장에 하객이나 조문객들에게 대놓고 장사하겠다는 것이냐며 못마땅해 하는 의견과 함께 줌으로 결혼식을 중계하고, 카카오 페이로 축의금을 내고, 식권은 배민으로 해결한다면, 대관료가 저렴해질 거란 우스갯소리도 있다. 아무튼 키오스크 피로 사회라는 말처럼 키오스크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시니어들이다. 일부 키오스크의 인터페이스가 개발자나 점주 중심이기에 시니어에겐 어렵고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다. 하루빨리 사용주 중심의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손님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그저 하나의 개체로 취급받는다고 느끼고 있는데 직관적이고 쉬운 키오스크라면 그나마 소외감이 덜할 것이다. 이젠 키오스크 만능시대에 살면서 유감이지만, 키오스크 문화를 부정할 수도 없다. 시니어들도 겁먹지 말고 시오스크 활용법을 배워야 한다. 키오스크 문화와 인간적인 가치의 조화는 중요한 문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기술 발전과 함께 인간적인 가치를 존중하고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반드시 필요하다.   김철홍 자유기고가(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