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제2의 성'을 넘어서, 보부아르 온전히 읽기 컴북스이론총서 『시몬 드 보부아르』

- ‘철학자’ 보부아르의 온전한 초상

2024-09-09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어떻게 인간은 자신의 자유를 실현하되, 자신처럼 자유를 실현하려는 타인과도 공존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개개인은 ‘우리’ 같은 집단에 용해되어 개별성을 잃지 않으면서 저마다 자유를 구현할 수 있을까.

시몬 드 보부아르가 20세기 전반기 양차 세계대전과 기존의 인간관 붕괴를 목도하며 거듭 되물은 질문이다. 보부아르는 절망감에 지배되는 당대의 흐름에 대항해 인간을 윤리적 주체로 다시금 세우려 분투했고, 일견 딜레마 같은 이들 문제를 깊이 사유하며 그 실마리를 여러 작품에 남겼다.
이 책은 윤리적 실존주의의 주춧돌을 세운 보부아르의 철학을 해설한다. 사르트르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보부아르 사상의 독자성을 ‘애매성’과 ‘자기기만’ 등의 개념으로 재조명하고, ≪제2의 성≫이 페미니즘 관점으로만 독해되는 와중에 간과되어 온 보부아르의 평생 화두인 ‘실존주의 윤리’를 그의 여러 글을 참조하며 고찰한다. 그 자신이 실존의 딜레마를 직접 경험했고, 그 경험을 토대로 실존을 사유했으며, 그렇게 세운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상생 가능성을 치열히 탐구한 윤리적 실존주의자의 초상을 담았다.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1986)는 프랑스의 저명한 작가이자 철학가이다. 20세기 페미니즘 사상과 운동의 물꼬를 틔운 ≪제2의 성≫(1949)의 저자로 특히 널리 알려져 있다. 1929년 당시로서는 최연소로 철학 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몇 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철학 교사를 지내다가 1940년대 초부터 집필 활동에 전념한 후 1943년에 첫 번째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를 출간하면서 작가로 등단한다. 철학 교수 자격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소르본대학교에서 철학 수업을 듣던 중 당시 고등사범학교에 다니던 장폴 사르트르를 만났다. 1929년 10월부터 사르트르와 본격적으로 연애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이후 그가 죽음에 이른 1980년까지 50여 년의 긴 세월 동안 지적 동반자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면서 프랑스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문인이자 사상가로 활발히 활동했다. 다수의 철학 에세이와 소설, 자서전, 희곡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문학 작품을 발표했다. 1965년 한 인터뷰에서 페미니스트로서 정체성을 천명한 이후부터는 페미니즘 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참여 지식인으로서 행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1986년 4월 14일 7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고 몽파르나스 묘지에 사르트르와 함께 안장된다. 지은이 강초롱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0년 파리 7대학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자서전 문학에 관한 논문으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있다. 보부아르의 사상과 문학을 분석한 논문으로는 “윤리적 실존주의의 관점에서 본 타인의 살해 의미: 시몬 드 보부아르의 ≪초대받은 여자≫를 중심으로”(2011), “시몬 드 보부아르의 ≪피뤼스와 시네아스≫: 윤리적 실존주의의 밑그림”(2013), “시몬 드 보부아르의 육체에 대한 윤리적 성찰: ≪제2의 성≫을 향한 비판에 대한 재고찰”(2015), “시몬 드 보부아르의 성적 경험 재해석: 존재의 욕망에서 상호적 드러냄의 추구로”(2021), ““사드를 화형에 처해야 하는가?”: 사드적 주체를 위한 보부아르의 항변”(2023) 등이 있다. 공저로는 ≪카페 사르트르≫(2014)와 ≪철학, 혁명을 말하다≫(2018)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 ≪아주 편안한 죽음≫(2021)과 ≪초대받은 여자≫(2024)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