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충전 걱정 없는 세상 '배터리 교체형 자동차'

2025-09-09     정태균 특허법인 BLT 파트너 변리사
정태균
내연기관차에서 배터리 전기차(EV)로 전환을 여전히 주저하는 이들이 많다. 배터리 충전 문제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늘어나 충전 빈도는 줄어들었지만 충전 계획이 어긋나는 상황은 여전히 빈번하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하려고 했지만 모든 충전기가 사용 중이거나 충전기가 고장나는 등 계획이 틀어져 불편을 겪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우리는 전기차를 주유구 대신 충전단자에 충전기를 꽂아야 하는 자동차로만 생각해왔다. 그러나 전기차를 전자 디바이스로 본다면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접근 방식일 수 있다. 스마트폰 초기에는 배터리 용량이 충분하지 않아 여분의 배터리를 교체해 사용했지만, 점점 배터리 용량이 커지고 외장 배터리가 보편화되면서 일체형이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자동차는 충전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면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등 불편사항이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중국의 전기차 업체 니오(NIO)는 기존 전기차 회사와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다. 니오는 '배터리 없는 전기차'를 판매하며 주유소에서 주유하듯 배터리가 방전되면 교환소에서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소비자는 배터리 가격이 제외된 차량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배터리 교환 서비스에 구독하는 방식이다. 이는 배터리 수명과 성능 저하에 따른 리스크도 줄여준다. 니오는 최근 국제자동차연맹(FIA)에서 주관하는 전기자동차 포뮬러 대회인 e포뮬러에 참가하는 등 세계적인 기술 선전 행보를 하고 있으며 관련 특허도 미국에 다수 출원하는 등 이 분야를 선점하고 있다. 최근 니오는 최근 중국 최대 석유 회사 시노펙의 주유소에 '2세대 배터리 스와프 스테이션'을 설치했다. 운전자가 차량을 몰고 들어오면 자동으로 배터리 교체가 진행된다. 또 니오는 중국 배터리기업 CATL과 배터리 서비스 합작사를 설립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니오의 경쟁사인 상하이자동차도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를 출시했다. 중국 내 교체식 배터리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교체형 모델은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특히 유망할 수 있다. 배터리를 제외한 저렴한 가격의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고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지역에서도 배터리 교체로 전기차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BLT리서치센터의 '전기차 배터리 교체방식' 분야 특허분석에 따르면 배터리 교체 시스템은 10여 년 전 이스라엘에서 처음 시작됐다. 베터플레이스라는 이름의 이 기업은 배터리 교체 시스템을 상용화하려 했으나 높은 구축 비용과 차량용 교체형 배터리 미출시로 실패했다. 하지만 이들의 특허는 여전히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 특허는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에서도 등록돼 있으며 니오의 '2세대 배터리 스와프 스테이션'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조만간 미국과 중국에서 특허소송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배터리팩의 형상 및 인터페이스 표준화는 필수다. 어디서든 편리하게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어야 하며 자율주행차 및 로보택시 시대에도 효율적인 배터리 교체 방안이 필요하다. 이처럼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는 충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망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교체형 시스템이 결합돼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리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