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닉 ‘3분의 2토막’...바닥은

삼전·SK하닉 연고점 대비 각각 21.53%·35.27%↓ 외인·기관, 한달 새 삼전·SK하닉 5조원대 매물 던져

2025-09-09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해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심연에 빠진 모습이다. ‘인공지능(AI) 거품론’과 미국발 ‘R(Recession) 공포’가 맞물리며 투심이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가는 당장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 마땅한 반등의 계기가 없는 상황에서 반도체 전반에 대한 투자에 좀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삼성전자는 6만8900원에 장을 마치며 전 거래일(6만9000원)보다 0.14% 내렸다. 이날 주가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연고점(7월 10일·8만7800원) 대비로는 21.53%(1만8900원) 빠졌다. 최근 한달 새 외국인 투자자가 2조1805억원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 내렸다. 기관 투자자 역시 1조4951억원어치 주식을 던졌다. 개인 투자자가 3조4692억원 순매수했지만 주가를 방어하지 못했다. SK하이닉스도 6일 15만6000원에 하락 마감하며 연고점(7월 11일·24만1000원) 대비 35.27%(8만5000) 주가가 부러졌다. 역시 외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강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외인들은 1조2326억원, 기관은 4808억원어치 주식을 던졌다. 개인이 1조6785억원 순매수했지만 하락을 막을 수 없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을 합산하면 연고점 대비 3분의 1 가까이 가격이 증발한 셈이다. 9일 장초반에도 두 종목은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9시16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2.47% 내린 가격에 거래됐다. 시가총액은 399조원대까지 밀렸다. 삼성전자 시총이 300조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10월 31일 이후 처음이다. SK하이닉스도 3900원(2.49%) 내린 15만2500원을 보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하향 흐름을 보이는 것은 미국 발 경기 둔화 공포와 인공지능(AI) 거품론 등으로 투심이 꺽인 영향이다. 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고, 미 당국의 반독점 조사까지 받으며 악재가 겹쳤다. 삼성전자의 경우 증권가는 줄줄이 목표주가를 내려 잡으며 사실상 매도 리포트를 쏟아 내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3만원에서 한 달여 만에 9만5000원으로 27% 하향조정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15%, 11% 내려 잡았다. 3분기 영업이익도 9조7000억원에 그쳐 시장 전망치(컨센서스) 13조7000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DB금융투자도 11만원에서 10만원으로, 현대차증권도 11만원에서 10만4000원으로 내렸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경기와 업황이 둔화되는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 주가가) 20% 수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주가가 단기간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지켜보는 전략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국내 반도체주가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나 자산에 대해서는 경계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경기 둔화가 진행 중이며 금리인하에 따른 반전을 기대하기에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기 때문에 ‘Tech’ 보다 ‘Non-Tech’ 중심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격한 주가 하락이 무색하게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을 가리키는 데이터가 아직 부재하다. 하지만 이렇다할 반등 트리거도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