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 확대…中企 ‘정년연장’ 문제 대두
의무가입 연령, 현행 59세→64세 상향 검토 정년연장 두고 ‘인건비 부담vs소득공백 해소’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 이후, 정년 연장을 둘러싼 중소기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9일 정부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 59세인 국민연금 의무가입기간 상한을 64세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기대여명 또한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단 고령자 계속고용 여건 개선 등과 연계해 장기적으로 논의하겠다고 정부는 덧붙였다.
실제로 고령자의 근로 의욕도 높아진 모습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2년 고령화연구패널(KLoSA)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50대 이상 취업자 패널에게 은퇴 계획을 물어본 결과 38.8%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은퇴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연령대별로 59세 이하는 31.8%, 60~64세 34.2%, 65~69세 41.2%, 70~74세 50.4%, 75~79세 44.2%, 80세 이상 53.3% 등 연령이 높아질수록 끝까지 일하겠다는 비중도 높아졌다. 가구소득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가구소득을 4분위로 나눠서 살펴본 결과 상위 25%는 은퇴 계획 연령을 69.7세, 하위 25%는 77.2세였다. 지역별로는 대도시에 거주자가 70.7세, 읍면에 거주하는 경우 75세였다.
현재 고령자고용법상 정년은 60세,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63세로 3년의 차이가 있다. 이미 3년의 소득공백이 존재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이 상향 조정된다면 정년 연장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정년 연장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경영계는 연공급 체계의 임금체계 개편 없는 획일적 정년 연장에 반대하며 선별적인 ‘재고용’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인 이상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29.4%에 불과했다. 대기업 10곳 중 3곳만 고령층을 고용 중인 셈이다. 이 중 60세 이상 인력을 정규직으로 고용한 기업은 10.2%다.
응답 기업의 74.9%가 중고령 인력 관리에 애로를 겪고 있었다. 연공중심적 인사관리제도와 기업문화가 여전한 데다, 중고령 인력의 근로조건 조정 및 전환배치를 위한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해서다.
연장 시 임금 부담으로 생산성 하락 및 중소기업의 고용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년 시점 이후 별도의 재고용 계약을 맺는 ‘계속고용’이 대책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이 경우 성과주의에 따른 별도의 급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호봉제의 경우 근로자가 장기간 근속할수록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과도해져서다.
다만, 고용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선 근로자가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좋다는 의견도 공존한다. 무엇보다 숙련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노동계는 정년 연장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의 연금개혁안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지금도 국민연급 수급시기까지 소득공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정년 연장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법정 정년은 60세이지만 비자발적 조기퇴직 관행은 여전하고, 주된 일자리에서 이직 시 저임금·질 낮은 일자리로의 이동이 빈번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고령자 고용확보에 적극 나서왔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까지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를 실시한 기업 비율은 99.9%다. 이들 기업 중 정년 후 재고용하는 계속고용 방식을 선택한 기업이 69.2%로 1위다. 이어 정년 연장 26.9%, 정년 폐지 3.9% 등이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고령자 고용을 통해 근로자의 근로의욕 고취 및 중소기업계의 인력난 해소를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기업은 숙련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도 “인건비 부담이 중소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촘촘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