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부활 속도 내는 여야···법안 심사·공동 토론회 '속전속결'
여야 대표 회담 계기로 속도···이르면 26일 본회의 통과 전망
2025-09-09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가 중앙당 하부 조직인 지구당 부활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야 대표 회담에서 지구당 부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관련 논의가 빠르게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여야는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를 계속하는 한편, 공동 토론회를 통한 여론 수렴 작업에도 착수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공동으로 '지역당 부활과 정당정치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여야 인사들은 지구당 부활이 정치 신인의 경쟁력 제고와 지역 정치 활성화 등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지구당 부활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 자리에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대표해 한동훈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참석하며 지구당 부활에 대한 여야의 '같은 의지'를 보여줬다. 한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20년 전 정치상황에서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지금은 (원내와) 신인·청년·원외의 격차를 해소하고, 현장에서 민심과 밀착된 정치를 해내기 위해 지역당 부활이 정치개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원내로 들어와서 원외지역위원장으로 활동했을 때 하고 비교해 보면 (현역) 국회의원이 (선거에서) 너무 유리하다. (현역 의원과 원외 인사 간)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경험을 많이 했다"며 지구당 부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여야는 이날 토론회를 기점으로 지구당 부활에 대한 본격적인 여론 수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에선 지구당 제도가 과거 '차떼기' 방식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계기로 사라진 만큼, 지구당 부활에 대한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으리라고 전망한다. 지구당은 지역위원장을 중심으로 사무실을 두고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중앙당 하부 조직으로, 2002년 대선 당시 '차떼기'로 불린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계기로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사라졌다. 이후 2005년 신설된 '당원협의회'는 기존의 지구당과 비슷한 구조이나, 비용이 많이 들어 폐해의 원인으로 꼽히는 '사무소'를 두지 못한다. 그렇지만 여야가 지난 1일 대표 회담을 계기로 지구당 부활에 대한 '의견 합치'를 확인한 만큼, 이르면 오는 26일 열릴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2일 전체회의를 열고 관련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일괄 상정해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하기로 했다. 소위에 회부된 지구당 부활 관련 법안은 총 10개에 달한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두 여야 대표가 지구당 부활에 적극적인 이유를 본인들의 대권 가도의 포석을 깔아두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표로선 지구당을 부활시켜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지역 조직력을 강화할 수 있고, 이 대표도 차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약세 지역 기반을 더 탄탄히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전히 지구당 부활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있지만, 여야 대표 의지가 강한 만큼 지구당 부활은 시간문제"라며 "국민의힘은 지역 선거 조직 재건을, 민주당은 이 대표 대선 준비를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