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세계 최고 수준” 대폭 높아진 처벌수위, 피해 낮출까

징벌적 손해배상 5배로 강화…특허청 시정명령 강화 중기부 기술탈취 행정조사, 법적 증거로 사용 가능

2025-09-10     오시내 기자
지난달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행위를 막기 위해 정부가 처벌수위 강화에 나섰다.

10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및 ‘특허법’이 시행됨에 따라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가 3배에서 5배로 강화됐다. 5배 징벌배상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일례로 기술보호에 강력한 태도를 보이는 미국은 징벌 배상을 최대 2배까지로 하고 있다. 5배 배상은 현재 중국이 유일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피해자의 실제 손해를 초과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가해자에게 추가적인 처벌을 가하기 위한 배상금이다. 아이디어 탈취행위 등 부정경쟁행위에 대해서는 특허청장이 시정명령을 할 수 있으며, 불이행 시 최대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정명령은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법령이나 규제를 위반한 개인이나 기업에 위법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내리는 것으로, 법원을 거치지 않고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기존엔 특허청이 강제력이 없는 시정권고만을 내릴 수 있어 기술탈취 상황이 신속하게 중지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더불어 영업비밀 침해행위, 부정경쟁행위를 억제하도록 법인의 벌금형을 행위자에게 부과된 벌금의 최대 3배까지 강화했다. 영업비밀 침해품뿐 아니라, 제조설비까지도 몰수할 수 있는 규정을 새로 도입해 침해품 재생산 등의 2차 피해도 사전에 차단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탈취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중소기업들이 법적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를 확대했다. 그간 중소기업들은 기술탈취 소송에서 법적 증거로 사용될 자료를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술을 탈취당한 중소기업 중 75%가 입증자료 부족으로 법적 조치를 못하는 상황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중기부에 기술탈취 행정조사 기록을 증거로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 요구가 있을 경우 중기부는 이에 따라야 한다. 법원이 요구할 수 있는 기록은 △사건관계인, 참고인 또는 감정인의 진술조서 △당사자가 제출했거나 현장 조사 과정에서 당사자로부터 확보한 기록 전체 목록 등으로 구체화됐다. 현직 변호사는 “강화된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특허청의 시정명령, 영업비밀 제조설비 몰수 등 이번 정부의 개정안은 가해 기업의 범죄 가능성을 줄일 수 있어 중소기업에게 힘이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스스로 입증하기 어려웠던 기술탈취 증거 인정 범위 확대도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