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대출’ 쌓이는 은행… 무수익여신 4조 육박
5대 은행 상반기 무수익여신 잔액 3조7946억원, 전년 동기比 16.9% ↑ 인터넷전문은행들도 5378억원…상반기 당기순익보다 약 1500억원 많아
2025-09-10 서효문 기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악성채무인 ‘무수익여신’이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명 ‘깡통대출’이 쌓이는 상황인 것. 올해 은행권에서 메기 역할을 하며 1000만 고객을 돌파한 인터넷전문은행도 올해 상반기 무수익여신이 당기순익보다 약 1500억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3조7946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3조2473억원) 대비 16.9%(5473억원) 증가한 수치다. 악성채무인 무수익여신은 이자조차 상환하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대출'로 불린다.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채권재조정, 법정관리 등으로 이자수입이 아예 없는 여신을 말한다. 상반기 5대 시중은행 총여신은 총 1727조3362억원이다. 전년 동기(1601조4682억원)보다 7.9%(125조868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무수익여신은 증가 폭이 더 크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946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NH농협은행(8481억원), 하나은행(8056억원), 신한은행(6513억원), 우리은행(5430억원) 순이었다. 특히 NH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NH농협은행은 전년 동기(5589억원) 대비 51.7%(2892억원) 급증했다, 국민은행은 전년 동기(6991억원)보다 35.4%(2475억원)가 증가했다. 하나은행도 1년 전(6826억 원)보다 18.0%(1230억원) 늘었다. 3개 은행의 전체 여신 중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농협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0.09%p 늘어난 0.28%, 국민은행은 0.05%p 증가한 0.24%, 하나은행은0.02%p 높아진 0.23%를 기록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무수익여신이 증가했다. 지난 6월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5378억원으로 전년 동기(4121억원) 대비 30.5%(1257억원) 늘어났다. 은행별는 카카오뱅크가 1986억원으로 전년 동기(1415억 원) 대비 40.4%(571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1453억원에서 2027억원으로 39.5%(574억원), 토스뱅크는 1253억원에서 1365억원으로 8.9%(112억원) 증가했다. 이처럼 무수익여신이 늘어난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공을 들인 결과에 기인한다.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1007조207억원으로 10.5%(95조3127억원) 늘었으나, 가계대출 잔액은 711조3781억원으로 4.5%(30조5866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경기침체가 겹치며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건수는 총 987건으로 전년 동기 724건 대비 36.3% 증가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은행권 가계대출 억제 정책 등으로 하반기에도 가계대출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들의 기업대출 중요성도 더욱 커졌다. 다만 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커진 만큼 상반기만큼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기업대출 관련 부실 규모가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공격적인 영업보다는 우량차주 발굴, 손실흡수능력 확충 등 건전성 관리를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