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전방위 가계대출 규제…주담대 이어 신용대출 빗장
900점도 은행 대출 어려워져..."대출 총량관리 및 연체율 탓" 2금융권 ‘풍선효과’ 우려...저신용자 제도권 밖 밀릴 우려도
2025-09-10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가계대출 증가세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이어 일반신용대출의 문턱까지 조이면서 신용점수가 900점이 넘는 고신용자들도 대출을 받기 힘들어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KCB(코리아크레딧뷰로) 점수를 기준으로 신용점수 3등급 차주들은 1금융권 신용대출 이용이 불가능하며 2등급도 일부는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최근 가계부채 급증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1금융권에서 밀려난 금융소비자는 금리는 높지만 문턱이 낮은 이른바 ‘불황형 대출’에 몰리고 있다. 10일 은행연합회·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일반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취급 신용점수는 912.6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904.1점)보다 8.5점 더 높아진 수치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를 제외한 5대 시중은행 기준 일반신용대출 평균 취급 신용점수는 926.4점에 달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938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토스뱅크(937점), 하나은행(930점), 카카오뱅크(925점), 농협은행(924점), 신한은행(922점), 국민은행(918점) 등이 뒤를 이었으며 케이뱅크는 807점으로 가장 낮았다. 은행연합회가 신용점수 기준으로 사용하는 KCB 점수를 등급별로 살펴보면 942점~1000점(1등급), 891점~941점(2등급), 832점~890점(3등급), 768점~831점(4등급), 698점~767점(5등급), 630점~697점(6등급), 530점~629점(7등급), 454점~529점(8등급), 335점~453점(9등급), 0점~334점(10등급)으로 구분돼 있다. 5대 시중은행 평균 신용점수(926.4점)로는 3등급은 신용대출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2등급도 일부는 떨어지는 셈이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를 포함한 점수(912.6점)도 마찬가지다.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이유는 가계부채와의 전면전을 선언하고 대출 문턱을 높이라고 은행권을 압박하는 금융당국의 행보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150% 수준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당국은 이를 100% 이내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3년 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으로 투자) '광풍' 당시 정부는 행정지도를 통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내로 축소한 바 있다. 이미 국민은행은 전날부터,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신용대출을 최대 연소득까지만 내주기로 했다. 은행권이 대출 규모를 줄이는 방법은 금리나 신용점수 기준을 높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에 사실상 금리 인상 등 대출 문턱을 높이도록 압박하고 있다. 은행권은 주담대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신용대출 문턱도 함께 높이고 있다. 또 은행 대출 연체율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42%로 지난해 말 0.38%와 비교해 0.04%포인트 상승했다. 전년 동기 대비(0.35%)와 비교해도 0.07%포인트 올랐다. 은행 연체율은 2022년 6월 0.20%까지 내려갔다가 이후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0.46%를 기록해 4년 만에 최고치까지 오르기도 했다. 1금융권에서 밀려난 금융소비자가 늘어나며 불황형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카드사 9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전월(40조6059억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카드사에 다시 대출을 받는 대환대출도 빠르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환대출 잔액은 1조851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9% 늘었다. 신용카드만 있으면 별도 심사 없이 36개월까지 돈을 빌릴 수 있는 카드론은 돈줄이 막힌 중·저신용자가 찾는 급전 창구로 통한다. 문제는 2금융권마저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자 2금융권도 잇따라 대출 한도를 조이고 있다. 실제 급전 마련을 위해 저신용 소비자가 이용했던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이 줄었다. 지난 2분기 기준 저축은행권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1조1031억원으로 1분기 말(1조1608억원)과 비교해 5.0%가량 감소했다. 3금융권이라 불리는 대부업계에서도 대출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대부업계 대출 규모는 12조5146억원으로 전년 상반기보다 14.2% 감소했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0%로 낮아지면서 대부업체들은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으며 대출 공급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생계비가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떠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 당국이 은행 가계대출 증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은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라며 “이로 인해 불황형 대출이 늘고 있는데 2금융권은 은행권과 비교해 자본 여력도 취약해 대출 수요가 쏠리면 연체율 상승과 부실위험, 계약 해지 위험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