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업 발목 잡는 규제 대란...어디까지 해야하나
정부여당, 지난 9일 국회 당정협의회서 티메프 재발방지 논의 과도한 규제로 이커머스 시장 경쟁력 악화 우려 목소리 나와
2025-09-11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대란이 이커머스 업계를 흔들며, 기업 규제에 대한 정부의 적정선이 논란이다. 유통시장 신뢰도 제고를 위해 적절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는 한편,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9일 국회에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메프 재발방지 입법방향’ 당정협의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여당에선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윤한홍 정무위원장 등이 자리했다. 정부 측에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남동일 공정위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개정법률안은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민국 의원이 대표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티메프 쇼크로 이커머스에서 판매자 및 소비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이커머스 관련 문제를 규율하기 위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등 입법 대책이 필요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우선 당정은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사업자에 대한 반경쟁 행위를 막고 경쟁 질서를 구축하고자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에 나선다. 개정안에는 ‘자사 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대우 요구’의 4대 행위를 엄단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멀티호밍은 이용자가 플랫폼을 변경하거나 동시에 다양한 플랫폼을 사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플랫폼 기업들이 상대적 약자 사업자에 불공정행위를 일삼지 못하도록 대규모유통업법을 손질, 일정 규모 이상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대규모 유통업자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미정산 재발 방지를 위해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해 최단 10일 내 대금을 정산하도록 하고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별도 관리하도록 규제하기로 했다. 단, 업계 우려를 고려해 복수 안으로 제시하고 이달 공청회를 열어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한기정 위원장은 “플랫폼 시장은 혁신에 따른 이점과 함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도 낳고있다”며 “독점화된 플랫폼이 반칙 행위를 통해서 경쟁 플랫폼의 출현을 막거나 티메프 사태에서 보듯이 입점 업체와 소비자 보호에 필요한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같은 규제 추진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시장 축소 등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자금 유동성이 핵심으로 무리한 규제가 업계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티메프 사태로 업계에 대한 불신 결과가 일찍이 터져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정거래 분야 분쟁조정 건수는 2020년 976건에서 지난해 1372건으로 40.6% 불어났다. 올해는 티메프 사태로 인해 이미 1331건을 기록했다. 접수 건수 상위 10개 기업의 분쟁조정 처리현황을 살펴보면, 이들 중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수가 2020년 3개에 그쳤지만 2021년 5개, 2022년 4개, 지난해 3개, 올해 8개로 오름세를 나타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9조9626억원으로 작년 동월 대비 5.4%(1조182억원) 신장했다. 하지만, 현재 상품군으로 통계를 작성한 2017년 1월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의 경우 정부의 규제 움직임과 별도로 빠른정산 등 결제 시스템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이커머스들은 지나친 자금 운용 규제로 입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 안에서도 여러 사업 모델이 있는데 면밀한 검토 없이 규제를 일원화한다면 대기업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결국 시장의 다양성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를 넘어 유통업계의 고심도 큰 상황이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시행령 개정이 1년 유예되면서 규제 불확실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전에는 내부 정산도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에 속했지만 이제는 반복적으로 대금 결제를 대체하는 업무로 범위가 축소될 방침이다. 규제에 이어 내수경기가 악화되자 제과업체들은 한류 붐을 타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외식업체들도 정부의 종이빨대 사용 의무화 유예 방침에 따라 대책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