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라진 일회용품 규제, ‘종이 빨대’ 논란 어디로

지난해 11월 종이빨대 의무 사용 잠정 유예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효용성 관련 문제 나와

2025-09-11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최근 종이 빨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당국이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 사용 의무화를 사실상 철회한 이래 관련 업계와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종이빨대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문제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2022년 11월 24일부터 식품접객업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를 적용하고 1년의 계도기간을 가지기로 했다. 대신 쌀, 유리, 갈대, 종이, 스테인레스 등으로 만들어진 빨대 사용을 허용했는데, 종이빨대가 플래스틱 빨대의 강력한 대체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환경부는 참여형 계도기간이 규제기간 종료를 불과 보름 앞두고 지난해 11월 7일 입장을 바꾸고 돌연 정책을 철회했다. 자발적 참여에 입각한 지원정책으로 선회하고 종이빨대 사용 진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제과업체 등과 함께 일회용품 사용 감량과 관련한 자발적 협약을 갱신‧확대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스타벅스, 폴바셋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종이 빨대 사용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기조를 지원사격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지속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었기에 가능한 행보로 보인다. 이와 달리, 소형 카페들은 정부의 엇밧자 행정에 따라 종이와 플라스틱를 같이 사용하는 곳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폐기물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역할은 공감하지만 면밀한 검토를 통한 시행착오 없는 정책이 시행돼야 시장의 혼선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제시한 환경 규제 유예는 과거에도 있었다. 2022년 6월부터 일회용 컵 보증급제를 전국으로 확대시키는 방안을 내놓았다가 반발로 인해 6개월 뒤 유예했다. 정권이 바뀐 이후 일회용컴 보증급제는 지방자치단체 자율권에 따라 진행하기로 했다. 이같은 사례가 재조명되면서 무검토·졸속정책을 남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도저도 아닌 엇박자 정책이 이어진 탓에 관련업계와 소비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예고없이 미뤄지면서 종이빨대 회사인 누리다온이 사업상 난항에 빠지기도 했다. ‘종이 빨대’의 효용성에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감소와 탄소감축에 일조한다는 이유로 각광받았지만, 플라스틱 빨대보다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지적이 조사가 나온다. 식음료와 혼합을 막기 위해 종이에 씌우는 코팅에서 유해물질이 배출되는 것은 물론 종이빨대를 만들기 위해선 나무 소비도 불가피하다. 실제 안양대 산학협력단과 에코윌플러스가 함께 환경부 용역을 받아 지난 3월 제출한 ‘일회용품 저감정책 통계작성 및 관리방안’ 보고서를 살펴보면, 펄프를 통해 생산되는 원료로 제작된 종이 빨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원유 또는 천연가스 바탕 플라스틱 빨대 보다 많았다. 해당 보고서 내 ‘빨대 종류별 폐기물 처리 방법에 따른 환경 영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5억개 사용(미국의 1일 소비량)을 기준으로 매립 또는 소각한다고 가정할 때 어떤 방식을 휘하든 종이 빨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 빨대 대비 많았다. 매립 시 종이 빨대의 탄소배출량은 258만㎏으로 이는 플라스틱 빨대(56만6000㎏)보다 5배에 달한다. 소각 방법 역시 종이 빨대 탄소배출량이 270만㎏로 플라스틱(139만㎏)의 2배 수준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연구 결과가 확산돼 파장이 일자 환경부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외 연구 사례를 수집 및 취합한 것으로 국내 생산 종이빨대와는 무관하다”며 “2018년도 한국소비자원은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종이빨대 전 제품에서 납·비소·포름알데히드·형광증백제·벤조페논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환경부는 종이빨대 사용 확대를 위해 지난 1월 커피전문점 24개사 등과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며 “종이빨대 생산업계에 금융 지원을 하면서 플라스틱빨대 대체품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