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씨 가문 맏형 화려한 비상 꿈꾸나?

최신원 SKC회장, 계열분리 시사한 듯한 독자행보 눈길…SK㈜ 지분 완전 정리

2010-11-09     이정미 기자

[매일일보=이정미·김경탁 기자] 최신원 SKC 회장이 재계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사촌동생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그늘에 가려 세간의 시선에서 비껴나 있었던 최 회장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근래 보여온 일련의 행보가 정황상 SK그룹의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밑작업으로 해석되기 때문.

최신원 회장은 SK그룹 최종건 창업주의 차남으로, 지난 2000년 형인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별세에 따라 사실상 SK최씨 집안의 제일 큰형으로서 사실상 장손 역할을 하고있지만 1998년 사촌동생인 최태원 회장에게 그룹회장 자리를 양보한 바 있다.최신원 회장은 지난 10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SK㈜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동시에 SKC와 SK네트웍스, SK증권 지분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얼마전 개인회사를 통해 골프장사업에 나선 것도 계열분리를 위한 종잣돈 마련의 일환으로 비쳐지고 있다. SK그룹과 SKC 측은 이러한 관측에 대해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등의 해명을 하고 있지만, 몇몇 언론에서는 구체적인 계열분리 방법에 대한 보도까지 나오고 있어 재계 서열 4위인 SK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재계 지형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K “최신원 회장 적은 지분으론 계열 분리 힘들 것” 반박
SKC “최신원 회장 스스로 ‘계열분리 가능성 없다’ 공언”

<한겨레>는 지난 9월 24일 “최신원 회장이 그룹 총수이자 사촌동생인 최태원 회장에게 네트웍스와 ㈜워커힐의 경영권을 자신이 추가로 맡는 대신, 그룹의 주력인 에너지와 텔레콤 등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은 완전히 인정하겠다는 총수일가 간 책임경영 영역 조정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이 보도에서 <한겨레>는 최신원 회장 쪽 고위임원의 “총수일가 간에 책임경영 영역 조정안을 놓고 물밑협의가 진행 중이며, 올 연말까지는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발언도 전했다.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최신원 회장의 보유지분이 미미한 점 등을 들어 현실 가능성이 떨어지는 추측보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지만, 이후 재계와 여러 언론에서는 SK그룹 계열분리작업이 시작되었음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다.이와 관련해 SK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5일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SKC의 경우 SK주식회사가 지분을 대부분 가지고 있어서 최신원 회장이 가지고 있는 적은 지분을 가지고는 계열 분리하기 힘든 구도로 이뤄져 있다는 게 우리 측 입장”이라고 밝혔다.SK관계자는 최신원 회장이 최태원 회장에게 계열분리를  먼저 언급했다는 보도에 대해 “회장님끼리의 대화이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계열분리가 아닌 SK네트웍스의 대표이사직을 제안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대표이사 선정 문제에 있어서도 이사회나 주주총회를 거쳐서 정해져야 하는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일축했다. 그는 특히 최신원 회장이 앤츠개발의 골프장 건설을 통해 SKC 지분을 구입할 가능성에 대해 “지금 SK 주식회사가 SKC의 주식을 42.5% 가지고 있는데 반해 최신원 회장의 SKC의 지분을 1∼2% 밖에 되지 않는다”며 “최소한 비등할 정도로의 지분이 돼야 계열분리를 이사회에 요청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이와 관련해 SKC 관계자도 “최신원 회장은 그간 언론을 통해 줄곧 계열분리의 가능성은 없다고 말해왔다”며 재계에서 관측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계열분리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지주회사 완성 앞둔 지금이 적기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바 있는 SK그룹은 오는 12월 11일 SKC&C의 상장을 통해 현재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 작업을 완성시킨다는 계획인데, 재계에서는 지금이 최신원 그룹의 계열분리에 적기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이러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배경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신원 회장의 최근 행보다.최태원 회장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이 없었던 최신원 회장이 유난히 사회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한 공식 비공식 자리에 자주 나타나는 가하면 SKC, SK네트웍스 등 자기 계열의 지분은 꾸준히 늘리고 SK케미컬, SK건설 지분을 매각한데 이어 SK(주)나 SK 가스등 자신의 비계열 지분은 줄이고 있는 것이다.특히 최 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90% 이상 소유해 사실상 개인 회사라 할 수 있는 앤츠개발을 통해 골프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토지가치가 낮은 나대지를 개발해 골프장으로 만드는 작업이 완성되면 자산가치가 단기간에 높아지고, 이는 다시 담보대출이나 증자를 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해 종잣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재계 일각의 시선이다.물론 이러한 일련의 관측에 대해 SK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최신원 회장 개인의 자금력 부족과 함께 SK그룹의 통신-에너지 수직계열화 구조로 인해 계열분리로 인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요 근거이다.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지분 정리를 통해 최신원 그룹이 최태원 그룹에서 떨어져나가더라도 당분간 사업관계는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면서, 최신원 회장이 친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의 지원을 통해 의외로 쉽게 ‘실탄’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