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중재' 한다더니...국힘 '韓 지도부' 내 미묘한 기류
한동훈 2025학년도 의대증원 재검토 '논의 가능' 사인
대통령실 '수시모집 중 불가' 입장에 추경호 등 지도부 '완강'
2025-09-11 조석근 기자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조차 못한 채 난항인 가운데 의료계가 참여 조건으로 내건 2025년학년도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를 두고 여당 지도부 내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의료대란 중재자'를 자처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료계 참여를 위해 2025년도 의대증원 재검토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 대표와 함께 당내 '투톱'인 추경호 원내대표에 이어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불가'라는 입장을 못박아 사실상 대통령실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두고 그 전제로 '뭐는 된다, 안 된다' 이런 것은 없다"며 "의제를 제한해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의 참여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실마리로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만큼 의료계 참여를 적극 독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2025년 증원 백지화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도 여야의정이 논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여서 무슨 논의를 못 하나. 상황을 중재하는 입장에서 저희가 '이거 아니면 안 된다'고 내세우면 안 된다. 국민 건강과 생명에 관한 것인데 좀 더 마음을 열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여러 차례 2025년학년도 의대증원 재논의 가능성을 두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지난 9일부터 이미 수시접수가 시작된 만큼 이를 바꾸게 되면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 역시 같은 날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2025학년도 의대증원 재논의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피력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차관에 대한 인사조치에 대해서도 "본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정책위의장은 한동훈 대표가 지난 7월 당 대표 취임 직후 친윤계와 갈등을 감수하면서 정점식 당시 정책위의장을 교체한 인사다. 상대적으로 한 대표와 가까운 '친한' 성향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는 한 대표가 2025년도 의대증원 논의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그조차도 여야의정에 들어와서 이야기 하자는 것. 열린 협의체를 강조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입장은 오히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2025학년도 의대정원 재검토는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무작정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논의의 가능성은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의료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의제를 제한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민주연구원장도 MBC 라디오 방송에서 "2025학년도 입학정원을 비롯해 전부 다같이 한꺼번에 논의할 생각이 있다는 마음으로 모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료계가 내세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을 대통령실과 정부가 대부분 거부하는 상황에서 의료계의 참여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는 전날 이례적으로 의과대학 수시모집 원서접수 현황을 공개했다. 9일 접수 첫날 31개 의대 첫날 경쟁률이 1.14대1로 지원자가 이미 모집인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내년도 증원계획이 반영된 전체 정원 4610명의 67.6%가 수시모집으로 선발된다. 사실상 의료계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