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곳곳서 치매 관련 범죄 횡행
인구 노인 중 치매 환자 약 10%…2050년 315만명까지 늘 듯 “고령층 대상 실버칼라 범죄의 심각성 빨리 깨달아야”
2025-09-11 김수현 기자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올 7월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명을 넘기는 등 한국은 내년이면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고령 치매환자가 크게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와 학대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 전한다.
11일 중양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추정치매환자수는 지난 2018년 75만488명이었지만 △2019년 79만4281명 △2020년 84만192명 △2021년 88만6173명 △2022년 93만8087명 등 매년 4~5만명씩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65세 이상 치매진단 및 치매진료를 받은 환자는 92만3003명으로 이는 전체 노인인구의 10.2% 수준이다. 이와 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져 향후 추정치매환자는 △2030년 142만명 △2040년 226만명 △2050년 315만명 △2060년 340만명 △2070년 334만명 등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치매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학대와 범죄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간한 ‘2022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8년 학대를 겪은 노인들 중 치매 환자이거나 의심 사례는 23.3%인 1207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그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 △2019년 1381명(26.3) △2020년 1535명(24.5%) △2021년 1699명(25.1%) △2022년 1767명(26.0%) 등을 기록했다. 학대 노인 중 4명 중 1명은 치매 환자인 것이다. 특히 2022년 발생한 학대 중 37.3%는 노인정·요양원·병원 등 생활 및 의료시설에서 일어났고 60.3%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신체적·정서적 학대 및 방임 등이 자리했지만, 최근 일본 등 일본 등에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경제적 학대 역시 5% 가량을 차지해 대중적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인지기능이 떨어진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이불과 침대 같은 생활 용품을 터무니없는 비싼 가격에 강매하거나, 시세를 훌쩍 넘는 부동산 계약을 맺는 등 각종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명 ‘노인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실버칼라’ 범죄의 경우 교묘하고 악랄하면서 동시에 은밀하게 지속적으로 범죄를 진행해 외부에서 인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한다. 노연상 경찰학박사는 “유례없는 빠른 고령화와 가족의 해체는 고령층이 실버칼라 범죄자의 사냥터와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문제의 심각성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며 “실버칼라 범죄의 특성과 수법이 유사하므로 제시된 대응 방안 중 일부가 인지 장애인에 대한 약탈범죄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실버칼라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정부는 물론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박사는 “이와 같은 범죄를 끝낼 방법은 사회 안전망이 포식자들의 사냥터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고, 노인과 장애인을 포함한 국민들로 하여금 실버칼라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며 실버칼라 범죄에 대한 위험성과 폐해를 제대로 환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