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2주 신저가…목표주가도 ‘뚝뚝’

11일 장초반 6만5000원 선 아래로 밀려 외인·기관 한달 새 순매도 4조원대 육박 한투증, 목표가 30%↓...“3분기 실적 비관”

2025-09-11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삼성전자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외국인·기관이 대규모 물량을 시장에 던지면서 주가가 녹아 내렸다. 미국에서 시작된 경기 침체의 공포와 ‘AI(인공지능) 거품론’이 더해지며 투자심리가 얼어 붙었다. 여기에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반독점 혐의 조사 등 악재가 겹치면서 3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가 기대가 조정되는 분위기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96% 내린 6만4900원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6만5000원 아래로 밀리며 52주 최저가(6만4800원)를 경신했다. 이날 주가는 올해 들어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9월 들어서만 13% 가까이 빠졌다. 최근 한달 새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4조원에 육박하는 매물을 던지면서 주가를 끌어 내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2만원에서 9만6000원으로 30% 내려 잡았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추정 매출액은 79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10조3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매출액 83조3000억원, 영업이익 13조3000억원)를 각각 5%와 23% 밑돌 것”이라며 “영업이익은 2분기 10조4000억원을 밑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 연구원은 “스마트폰 업체들의 메모리 보유 재고가 다시 늘어남에 따라 DRAM(디램), NAND(낸드) 모두 직전 분기 대비 출하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DS(반도체)부문의 PS(초과이익성과급) 충당금이 일시에 반영돼 일회성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3분기 감익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발 ‘R(Recession) 공포’ 확산과 ‘AI 거품론’이 맞물려 투심이 위축되며 증권가는 앞다퉈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하는 추세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밑돌았고 미 당국의 반독점 조사까지 받으면서 악재는 더해졌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3만원에서 한 달여 만에 9만5000원으로 27% 하향 조정했다. DB금융투자도 11만원에서 10만원으로, 현대차증권도 11만원에서 10만4000원으로 내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스마트폰과 PC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모듈 업체들의 재고가 12~16주로 증가하면서 하반기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 상승이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15%, 11% 내려 잡았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경기와 업황이 둔화되는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 주가가) 20% 수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주가가 단기간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지켜보는 전략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국내 반도체주가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나 자산에 대해서는 경계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경기 둔화가 진행 중이며 금리인하에 따른 반전을 기대하기에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기 때문에 ‘Tech’ 보다 ‘Non-Tech’ 중심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