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첫 TV토론…해리스, 트럼프에 '판정승'
트럼프, 수차례 평정심 상실…해리스, 시종일관 차분
CNN “트럼프 측근도 우려, 승리했다 보기 어려워”
2024-09-11 조석근 기자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판세를 좌우할 분수령으로 평가받는 첫 TV토론에서 맞붙었다.
두 후보가 낙태, 이민, 경제, 물가, 중동·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등 주요 현안에서 치열한 설전을 주고받은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이 '판정승'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도발적 질문에 평정심을 잃은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한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시종일관 트럼프를 상대로 차분한 모습을 유지했다.
10일(현지시간) 오후 9시 미국 ABC뉴스 간판 앵커 데이비드 뮤어, 린지 데이비스의 진행으로 시작된 이날 TV토론은 미국 경제와 전임 트럼프, 현 바이든 정부의 책임을 둘러싼 불꽃 튀는 공방으로 시작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인의 경제상황이 4년 전보다 나아졌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률", "금세기 최악의 공중보건 전염병(코로나19 팬데믹)", "남북전쟁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최악의 공격(2021년 의사당 난입)"을 남겨둔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임기를 시작했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미 수출국 전반에 대한 관세 할당 공약을 전 미국인에 대한 '트럼프 부가세'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가가 더 높아지는 것은 중국과 수년간 우리에게 훔쳐간 모든 나라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내 재임기간 중 인플레이션은 없었다. 그들(바이든 행정부)이 경제를 파괴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 및 의사당 난입 사태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관계를 파악할 능력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를 비웃고 그들 일부는 당신이 수치라고 한다"고 도발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를 거론하며 "중국, 북한, 러시아가 트럼프를 두려워한다고 했다"고 맞서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방해, 국방기밀 유출, 경제범죄, 성폭력으로 기소됐다. 법치주의와 사법집행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고 공격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에 대한 모든 수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법무부를 '무기화'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내가 머리에 총을 맞은 이유도 그들이 나에 대해 말한 내용 때문"이라며 지난 7월 본인에 대한 총격 사건을 바이든 행정부의 책임으로 돌렸다.
이날 TV토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에 "내 역대 최고이 토론"이라며 “3대1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라는 후기를 올렸다. TV토론 진행자들이 해리스 부통령 편에서 편파적 진행을 했다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정작 일부 트럼프 측이 "트럼프가 여러 차례 평정심을 잃은 데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트럼프 진영 인사들은 토론 전부터 해리스 후보의 도발에 대응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필요한 논란으로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CNN은 "트럼프 후보가 승리했다고 보지 않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CNN이 토론 직후 벌인 시청자 여론 조사에 따르면, 10일 해리스와 트럼프의 토론을 시청한 등록 유권자의 63%가 해리스가 더 잘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잘했다는 응답은 3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