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트럼프 겨냥한 '쿨' 도발 통했다…美 민주당은 '잔칫집'
'마이크 음소거' 이용한 다양한 표정·제스처로 트럼프 제압
美 민주당 환호 속 테일러 스위프트 "해리스 지지" 선언
2025-09-11 조석근 기자
11월 5일 미국 대선을 56일 앞둔 첫 TV 토론회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대목은 단연 두 후보의 표정이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시종일관 차분한 표정과 다양한 제스처로 응수했다면,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직되고 화난 듯한 표정으로 화면만을 응시했다. 두 후보의 극명히 엇갈린 표정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갈랐다.
특유의 저돌적이고 거친 언사를 쏟아낸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눈을 크게 뜨고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 채 다소 비웃음이 담긴 듯한 활짝 웃는 미소가 특히 화제다. 그 자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해리스 부통령의 ‘쿨한’ 도발이라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ABC방송 주최로 두 후보간 첫 TV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완패' 후 후보직을 사퇴한 굴욕적인 TV토론회 이후 양당 후보간 첫 대결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토론회의 상대 발언 중 '마이크 음소거'라는 규칙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표정 공격'에 십분 활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와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공세를 퍼부을 때마다 해리스 부통령은 눈썹을 찡그리거나 턱을 아래로 당기고 미소를 짓는 등 다양한 표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교수인 부친이 해리스를 잘 가르쳤다. 해리스는 마르크스주의자"라는 '색깔론'으로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마찬가지 눈썹을 치켜올리고 고개를 뒤로 젖힌 의아한 표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응시하는 해리스 부통령의 모습이 이날 큰 화제가 됐다.
NBC는 "해리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미소와 표정, 제스처를 취하며 트럼프를 응시했지만 트럼프는 토론 대부분 정면을 응시했다"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언급할 때도 고개를 돌려 해리스 쪽을 쳐다보지 못한 채 손가락으로만 가리켰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와 해리스 후보 수락으로 이어진 '컨벤션 효과'가 끝을 보이면서 지지율 상승세가 꺾인 상황이다. 이날 TV토론 이후 해리스 캠프는 들뜬 분위기다. 해리스 부통령은 함께 시청하던 민주당 지지자들을 만나 "오늘은 좋은 날이었다"는 소회를 남겼다.
지지자들의 환호에 대해 "우리는 (선거일까지) 56일이 있고 할 일이 많다"며 "이 선거는 우리나라를 위한 두 개의 비전과 매우 관련 있다. 우리는 미래를 위한 비전이며 그(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전은 과거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그 엠호프는 "내가 그녀가 준비됐다고 하지 않았느냐. 당신은 이 토론을 승리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이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젠 오말리 딜런 해리스 대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은 성명에서 "오늘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중요한 모든 사안에서 무대를 지배했다"며 "도널드 트럼프는 정말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해리스는 계속해서 트럼프를 짜증나게 했다”며 “해리스가 미끼를 던지면 트럼프는 계속해서 물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트럼프가 이민과 경제 등 자신에게 유리한 분야에서도 해리스를 공격하는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CNN의 경우 "트럼프가 여러번 평정심을 잃고 최악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해리스 부통령의 부적합한 답변들이 가려졌다"는 트럼프 캠프 일부 인사들의 반응을 전했다.
한편 세계적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날 TV토론 종료 직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스위프트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2억8000만명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아티스트다. 진보 성향의 스위프트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지 여부 자체가 미국 대선의 큰 이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