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도 버텼는데”…자영업자 폐업률 '역대 최고치' 대책 마련 시급

지난해 개인사업자 91만곳 가게 닫았다 소비심리 위축·고비용구조로 부담 커져

2024-09-12     김혜나 기자
지난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경기 침체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개인사업자 폐업률이 급증하고 있다. 팬데믹 당시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난은 한계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최근 10년간 개인사업자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 114만7000여곳이 문을 여는 동안 91만곳(79.4%)이 문을 닫았다. 2013년(86.9%)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음식업은 지난해 15만9000곳이 문을 여는 동안 15만3000곳(96.2%)이 문을 닫았다. 제조업(103.7%), 도매업(101.4%), 부동산임대업(96.4%)이 뒤를 이었다. 소매업도 개인 사업자 129만개 중 27만개(20.8%)가 문을 닫으면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음식업도 79만개 중 15만개(19.4%)가 폐업했다.

안도걸 의원은 “고물가와 저성장, 내수침체의 3중고에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팬데믹보다 더 어렵다”며 “정부는 1분기 깜짝 성장률에 도취해 재정의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다. 정부는 자영업의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내수를 살릴 수 있도록 재정의 경기 대응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인건비와 에너지비용 등 사업 운영 비용 부담으로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잇달아 문을 닫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도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주52시간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10일 파이터치연구원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매출이 줄면서 직원을 둔 자영업자가 5만1000명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계절조정 취업자수를 활용해 자영업자수 변화를 살펴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수는 주 52시간제 시행 직전인 2018년 6월 166만명에서 지난해 12월 143만명으로 13.5%(23만명)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수는 397만명에서 424만명으로 6.6%(27만명)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여타 정책 변화에 따른 효과를 제외하고 주 52시간제가 자영업에 미친 순효과만을 분석하면,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3.2%(5만1000명) 줄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0.4%(1만6000명) 늘었다.

주 52시간제로 전체 자영업자 매출액과 사회후생은 각각 2.3%(20.4조원),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제로 임금소득이 줄어들면, 가계의 소비 여력이 떨어져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매출이 줄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직원을 내보내고 1인 자영업자가 되거나 폐업한다.

팬데믹 이후 유통구조가 급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처럼 복합적인 문제가 엮인 만큼 다양한 측면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한 불을 끄는 데 필요한 일회성 지원 역시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체계적인 지원책은 중소벤처기업부의 희망리턴패키지가 대표적이다. 희망리턴패키지는 고용노동부와 손잡고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로 확대·개편됐으며, 내년 1월부터 추진될 예정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지난 5일 열린 제8차 ‘소상공인 우문현답 정책협의회’에서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를 비롯한 재기지원정책을 통해 소상공인 분들의 두 손을 잡고 일으켜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전쟁을 비롯해 다양한 원인으로 전 세계의 물가가 오른 상황에선 구조적으로 자산이 부족해 대응 능력이 약한 소상공인들이 가장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선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복합적인 문제가 얽힌 만큼 하나의 정책만으로, 하나의 지원책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여러 방면에서의 고민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