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투심에 말라붙는 거래대금...코스피 상승여력 안보인다

8월 폭락장 이후 쌓이는 불확실성…암초들도 곳곳 투자예탁금도 '뚝'...“당분간 횡보…방어적 대응해야”

2025-09-18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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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증시가 9월 들어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달 ‘블랙 먼데이’의 폭락을 제대로 회복하기도 전에 암초를 만난 것이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고, 국내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논란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악재들은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졌고, 이는 거래대금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의 하루 거래대금은 15조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결정과 미국 대선 등 여러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어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13% 오른 2575.41에 거래를 마쳤다. 7월 11일 장중 2896.43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으나 이후 3개월 째 하락 중이다. 이달 초 미국 경기침체 공포에 2600선을 하회한 후 2500선에 머물고 있다. 국내 증시가 맥을 못 추고 증시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겹겹이 쌓이며 거래대금은 말라붙고 있다. 이달(2~10일 기준) 들어 코스피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조 1100억원으로 10조원대 밑으로 내려섰다. 올 들어 월별 기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0조원대 밑으로 내려선 것은 지난 1월(8조 8749억원)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시장도 거래가 줄긴 마찬가지다. 이달 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조 4883억원으로 올 들어 월별 기준 가장 적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아울러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 등은 지난 8월 1일 54조6592억 원에서 10일 51조4943억 원으로 3조 원 넘게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코스닥 거래대금은 각각 10조9050억 원, 6조808억 원에서 8조4219억 원, 5조8125억 원으로 코스피는 2조4831억 원, 코스닥은 2683억 원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를 자국하는 경기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며 투심이 위축한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투세를 두고 여야가 의견을 합의하지 못하는 등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는 점도 투자자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다. 금투세 시행 유예를 주장하는 여당에 이어 금투세 시행을 추진하는 야당 내에서도 유예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통상 9월은 계절적으로 증시 약세장으로 꼽히는 데다 추석 연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등의 이벤트를 앞두고 있단 점도 거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돌아보면 추석 연휴 전 주식시장은 대부분 소강 상태”라며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연휴 전 5거래일 동안 거래대금은 연휴가 끝난 후보다 규모가 작았는데, 선제적으로 주식 거래를 줄여 쉬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밝혔다. 다만 연휴 이후에도 국내 증시가 단기간 반등 모멘텀을 찾기는 어려워 방어적인 대응을 이어가는 게 적절할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국내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 달 전보다 낮아진 곳이 절반가량 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235개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 시장 상장사 중 111곳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전과 비교해 하향 조정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50%에 가깝다. 반면,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된 기업이 82곳, 전망치가 유지된 기업이 42곳으로 나타났다. 최근 증시 전체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사들의 이런 실적 전망치 하락으로 침체가 가속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8월 초 급락 상황에서도 그랬지만 증시 거래량이 급감해 소량의 매도세에도 지수가 크게 움직이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 매도세가 증시 하락을 유도할 때 이를 매수로 받아주는 개인 수급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10월까지는 이렇다 할 호재가 나올 구석이 없다”고 봤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8월 고용 지표의 부정적 영향을 받고 증시가 급락했지만 이는 과도하게 증시가 추가 하락해야 할 명분으로선 약하다고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큰 줄기의 경기 하강 위험은 지속할 수 있고 중국의 경기 우려 확대 양상, 미국 대선 후보 토론 이후 후폭풍 등도 경계해야 하는 만큼 반등이 나타나더라고 방망이를 짧게 잡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 역시 “금리가 낮아진다고 주식시장이 바로 반등하지 않고, 미국 대선 불확실성도 부담인 만큼 증시는 당분간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며 “방어적 관점을 취하면서 향후 반등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