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꺾이는 가계대출… 이달 들어 5대은행 주담대 2.2조원↑
은행권 대출 억제 조치에 기저효과… "둔화 추세 판단 이르다"
2025-09-18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주요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다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본격적으로 둔화한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70조8388억원으로, 8월 말(568조6616억원)보다 2조1772억원 늘었다. 월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8월(+8조9115억원)보다는 증가세가 둔화했다. 은행권은 지난 7월부터 가계대출 금리를 줄인상한 데 이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 주택담보대출 한도·만기 축소 등 대출 억제 조치를 쏟아냈는데, 그 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한 셈이다. 또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대출 막차 수요가 쏠린 데 대한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도 같은 기간 1043억원(103조4562억원→103조560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달 들어 5대 은행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은 2조690억원(725조3642억원→727조4332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간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주담대 증가세는 가팔라졌다. 5대 은행의 지난 5일까지 주담대 증가폭은 8835억원이었는데 6일부터 12일까지는 1조2937억원으로 커졌다. 1영업일당 증가폭이 소폭 확대된 데다(2209억원→2587억원) 5대 은행이 지난주에만 정책대출 약 4949억원어치를 유동화해 털어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주담대 증가세가 쉽사리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9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8월보다는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이달 들어 첫 5영업일 기준 가계대출이 은행권 기준 1조1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폭이 절반 정도 수준”이라며 대출 규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박민철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도 “9월 이후 정부의 대책 효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며 “휴가 자금, 주식 저가 매수 등의 8월 일시적 요인도 사라지면 9월에는 가계대출 증가폭이 8월보다는 축소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가 장기 추세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주택 가격 상승 기대, 이사철 수요, 정책금리 인하 전망 등 가계대출과 관련한 불안 요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1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향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 장기화 여부와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불안이 이어지겠지만 이후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와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병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