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명사전 발간에 보수단체 및 후손들 ‘갑론을박’

2009-11-09     윤희은 기자

[매일일보=윤희은 기자] 지난 8일 공개된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여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공개된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여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친일인명사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는 만주지역에서 발행되던 만주신문(1939년 3월 31일자)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주국 군관으로 지원할 당시 ‘한번 죽음으로써 충성함 박정희’라는 혈서를 넣은 군관지원 편지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전에 포함되었다.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언론인 장지연도 1914년부터 1918년까지 매일신보에 조선총독부를 미화하는 한시 700여 편을 실었다는 이유로 사전에 등재되었다. 이외에도 ‘애국가’의 작곡한 안익태와 홍난파, 무용가 최승희, 문인 김동인, 시인 서정주 등 유명 예술인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친일인명사전 명단에 등재된 인사의 후손들과 보수단체는 선정기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보수단체들은 8일 민족문제연구소를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친일인명사전은 역사왜곡이며 국론분열”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후손들의 경우 명예훼손 소송도 불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연 기념사업회는 “장지연의 기고문이 대필이나 강압에 의한 것”이라며 사전 게재에 반발해왔다. 장지연 기념사업회 역시 민족문제연구소를 대상으로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희 바로 알리기 국민모임’ 김동주 대표도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힘든 집단이 국론을 분열하려 내놓은 정파적인 모략”이라며 “앞으로 법적인 대응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후손들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이들은 그동안 “민족 언론 등을 살리기 위해 총독부의 원고를 그대로 읽었다”(김성수 전 부통령 쪽), “생계유지와 징용을 피하기 위해 마지못해 친일 관련 글을 썼다”(소설가 김동인 후손) 등의 주장을 내세우며 민족문제연구소를 압박해왔다.

이에 대해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의 윤경로 위원장은 “민족 반역자 전부와 부일(附日) 협력자 중 일정한 직위 이상인 자와 친일행위가 뚜렷한 자에 대해 역사적·실증적 검증을 거쳐 선정했을 뿐”이라며 선정기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중이다.

‘친일인명사전’을 둘러싼 싸움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보수단체와 후손들이 본격적으로 법적대응에 나설 경우, 분쟁이 더욱 뜨겁게 점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과거에 일부 후손들이 사전 발행과 관련해 낸 4건의 가처분신청이 모두 기각된 상태이긴 하나, 보수단체들과 후손들이 합심하여 다시 소송에 나설 경우 민족문제연구소에게는 다소 버거운 싸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