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바이오社 지원 확대… 韓기업은 ‘각자도생’
日, CDMO· 백신 개발사에 지원 및 규제 해소 약속 후지필름, 日정부 지원 힘입어 '中바이오 빈자리' 차지 집중 韓백신산업, 엔데믹 이후 흐지부지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중국 바이오 업계가 미국의 제제로 침체된 가운데, 일본 정부가 중국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자국 바이오의약품 및 백신 기업 지원에 나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소재 기업인 후지필름 다이오신스와 AGC 바이오로직스에 경제적, 제도적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제약 강국이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자국 기술로 바이오의약품 및 백신을 내놓지 못해 기술패권에서 도태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본은 차세대 산업에 대응하는 전략 개정 필요성을 인식하고 ‘바이오제조혁명추진 워킹그룹’을 설치, 전략 개정을 위한 검토를 개시했다. 이미 2019년에 ‘바이오 전략 2019’를 최초 수립한 이후, ‘바이오 전략 2020’, ‘백신 개발·생산 체제 강화 전략’(2021)‘을 차례로 발표하는 등 산업 확대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한국의 본격적인 바이오 전략은 일본보다 한두해 가량 늦었지만, 지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정부는 2022년 10월 첨단바이오, 반도체, 이차전지 등 12대 분야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한 바 있다. 전략적으로 집중 지원할 50개 세부 중점기술을 구체화하고 단기-중장기 기술개발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한국 정부의 전략은 업계 전체에 대한 거시적인 지원에 머무르지만, 일본 정부는 특정 기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차이가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 내외 주요 업체들과의 긴밀히 소통하면서 CDMO 지원 강화를 통해 국제 수준의 CDMO를 육성할 방침이다. FIH(First in Human) 시험 실시 거점의 CDMO 시설융합화를 도모하고 해외거점과의 제휴를 활발히해 자국 내 CDMO 설비를 발전시키려는 목적이다.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를 ‘백신 생산체제 강화를 위한 바이오의약품 제조거점 정비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미국의 생물보안법 제정 여파로 중국 CDMO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밀려나는 추세다. 중국 기업이 생산하던 의약품량은 웬만한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다. 이를 간파한 일본 정부는 중국의 빈자리를 메울 가능성이 있는 대기업에 과감히 투자해 글로벌 바이오 산업 지분을 확보하겠단 의도다.
반면 한국엔 우시바이오와 선두권 다툼을 벌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롯데바이오로직스, CJ바이오사이언스가 존재함에도, 정부는 마땅한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2022년 3월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바이오산업에 대한 지원을 건의하기도 했다. S바이오사 관계자는 "정부가 대기업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대중들이 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 일본처럼 특정 기업에 혜택을 주는 제도를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이 차세대 감염병 백신 분야에서도 일본에게 밀릴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백신 산업에서 뒤쳐진다는 국민과 학계의 비판을 수용, 현지 백신 생산체제 강화를 위해 바이오의약품 제조거점 정비, 부품·소재 국산화, 인력 확보·육성 과제를 추진 중이다. 이중용도 사업을 통한 자국 내 거점 정비도 추진한다. 일본의 ‘백신 생산체제 강화를 위한 바이오의약품 제조거점 정비사업’으로 총사업비는 지난해 9월 기준 약 3274억엔(약3조256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일부 기업은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성과를 거둔 상태다. 일본 최초의 코로나19 백신 XBB.1.5 백신(DS-5670)은 다이이찌산쿄가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 및 후생노동성의 ‘백신제조시스템 긴급 향상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고 개발된 제품이다. AGC 바이오로직스는 정부의 보조금 사업으로 바이오의약품 CDMO 시설에는 감염병 팬데믹 발생시 백신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이중용도 장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백신 분야로 한정한다면, 자국 내 기술로 자국민 접종 허가를 받은 것은 일본보다 한국이 먼저다. 그러나 국내 최초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합성항원 방식)은 개발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지원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와 차기 윤석열 정부도 엔데믹 이후에도 백신 산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그후 업계에 마땅한 지원이 없었다. 결국 개발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코비원 생산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백신 산업은 돈이 안된단 이유로 직격탄을 맞았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감염병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경제적 가치와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지원은 계속됐어야 옳다. 결과적으로 업그레이드마저 중단돼 올 여름 코로나19 재유행에 대응할 국산 백신은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일본 정부 지원에 힘입어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는 다양한 제품군과 발 빠른 생산능력 확대로 론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등극했다. 국내에서도 일본의 기술·산업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