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윤 칼럼] 지역주택조합, 기회와 위험 그 사이
2024-09-19 매일일보
길을 가다 보면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요즘 아파트 구조가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해서 방문하면, 분양상담사는 인근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아파트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이에 혹해 아파트 분양을 위해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자, 분양상담사는 '조합원 가입계약서'를 제시한다. 방문한 곳이 단순히 아파트 분양을 위한 견본주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들을 모집하기 위한 '홍보관'이었던 것이다.
최근 인천 서구는 지역주택조합 가입 및 사업의 참여와 관련하여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지역주택조합 피해 주의보'를 발령했다. 지역주택조합과 관련된 피해 민원과 고소·고발 사건이 끊이지 않자, 주민들에게 지역주택조합의 위험 요소와 가입 전 확인해야 할 사항을 알리기 위함이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 등의 내집 마련과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다수의 조합원이 주택건설사업의 시행 주체로 직접 사업에 참여하여 주택을 공급받는 방식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주택구입 기회를 제공하여 주거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관련 법령의 미비와 제도적 한계로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악용한 이해관계자들의 무분별한 사익추구 행위로 무주택자 등 오히려 서민들의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택조합 실태조사를 통해 부정 사례를 적발하면서 엄중한 행정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주택조합은 주택 구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역주택조합의 업무대행사 등은 이러한 측면을 적극적으로 파고든다. 일반 분양주택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요자의 선호에 맞는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면서 조합원을 모집하는데, 그 과정에서 토지 확보가 완료되었다거나, 대형 건설사의 시공이 확정되었다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통해 사람들을 현혹하기도 한다.
또한 근래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조합 측은 조합원들에게 '사업의 진행이 부진하거나 무산될 경우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 납부한 분담금 등 일체를 환불해 주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안심보장증서를 교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본질적으로 장래의 진행경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분담금 등을 재원으로 하여 경비를 지출하고 별도의 수익활동이 없기 때문에, 사업이 무산될 경우 사실상 분담금 등을 환불할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법원은 안심보장증서 및 이와 일체로 체결된 조합원 가입계약이 모두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판결을 하며, 조합들의 안심보장증서 교부 관행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이미 거액의 분담금을 납부한 조합원들의 피해는 근본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
지역주택조합은 사업부지 확보의 불확실성, 추가적인 비용(분담금)의 발생 가능성, 조합 운영의 불투명성, 사업 지연과 해산 위험성 등 여러 잠재적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그로 인해 조합원들은 주택을 분양 받기는커녕, 기존에 납부한 분담금을 회수할 수 없는 등 재정적으로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주택 문제는 오랫동안 사회적 이슈로 자리해 왔다. 특히 수도권과 같은 인기 지역에서의 주택 수요는 끊임없이 증가하는 반면, 공급의 부족으로 주택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 가운데 소수의 자본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지역주택조합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한다는 것은 단순히 주택을 분양받는 것을 넘어, 주택 건설 사업의 공동 주체로서 사업의 성공과 실패에 따른 모든 책임과 위험을 함께 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신중한 정보 수집과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사업의 전반적인 구조와 위험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역주택조합의 매력적인 조건만을 보고 섣불리 계약을 체결하기보다는, 법적 자문을 통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이해하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