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벼랑 끝 ‘나 홀로 사장’ 줄폐업, 통계 착시에 속지 말고 바닥 경기 살펴야
2025-09-19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매일일보 | 장사가 잘되지 않아 직원도 없이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인 ‘나 홀로 사장님’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며 5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12개월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11일 발표한 ‘2024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30만 6,000명으로 1년 전 437만 명과 비교하면 6만 4,000명이나 감소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9월부터 12개월 연속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내림세를 이어오고 있다. 앞서 2017년 1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15개월 연속 줄어든 이후 5년여 만에 나타난 가장 긴 감소세다.
내수 침체 장기화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각파고(三角型波高)’로 국내 가계 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높은 추세가 올 2분기까지 8분기 연속되고 있는 악조건에 인건비를 줄이려고 직원들을 해고하다 결국 ‘나 홀로 사장’이 됐지만 이후 상황이 더 나빠져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다는 얘기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41만 3,000명으로 같은 기간 2만 6,000명 늘어났지만, 나 홀로 사장님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할 뿐이며, ‘나 홀로 사장’이 빠른 속도로 줄면서 전체 자영업자 숫자는 665만 7,000명으로 1년 전 672만 4,000명과 비교해 6만 7,000명이나 줄어들며 전체 자영업자도 6개월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폐업하는 소상공인에게 지급되는 일종의 퇴직금 성격인 ‘노란 우산 폐업공제금’도 올해 1~7월 지급된 금액은 8,881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12.4% 더 많이 지급되었고, 올 상반기에만도 14%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운 것만 봐도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혼자 근근이 버텨왔던 자영업자들이 끝 모를 고물가와 고금리, 내수 침체 속에 무더기로 쓰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이 고물가, 고금리, 고임금의 ‘신삼고(新三高症)’에 시달리면서 수익이 줄고 빚으로 연명해오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인건비 부담 때문에 직원 없이 혼자 가게를 운영해 오다가 소비 부진과 인건비 부담 가중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은 줄줄이 폐업을 택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여파로 분석된다. 이처럼 서민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부의 인식은 안이하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13일 발표한 ‘2024년 9월 최근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견조(堅調)한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으며, 설비투자·서비스업 중심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 차가 존재한다”라고 진단하고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에 다시 방점을 찍었다. 기재부는 지난 5월부터 다섯 달 연속 ‘내수 회복 조짐’이라고 강조했다. 백화점·마트 등의 카드 승인액, 자동차 내수 판매량 등이 늘어난 것을 근거로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조짐이라고 봤다.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 정부가 바라보는 경기 전망은 온통 장밋빛뿐인 듯한 착시적(錯視的) 시각이 여러 곳에서 목도(亲眼看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는 너무나 다르고 국민 체감과도 동떨어져 있다. 자영업자 위기는 경기적 요인과 산업 양극화의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부가 경기 호전으로 자영업 위기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정책 실패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달 22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4%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소비 등 내수 개선이 예상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5일 발표한 올해 2분기(4∼6월) 한국 경제성장률이 앞서 발표된 속보치와 같이 0.2% 역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 은행들은 물론 공공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할 정도로 고금리로 인한 내수 부진은 심각한 상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20일 밝힌 올해 9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92.9로 100을 밑돌았다. 전월 97.1보다 4.2포인트 하락한 전망치로 30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이럼에도 정부만 낙관론을 펴니 공감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정부의 낙관론은 주로 수출 통계를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9월 1일 발표한 ‘2024년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4% 증가한 579억 달러로 8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수입은 6% 증가한 540억 7,000만 달러였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38억 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15개월 연속 흑자와 11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내수 경기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전년 동월 대비 7월 수출 출하 지수는 7.3% 상승했지만, 내수 출하 지수와 소매판매액 지수는 각각 2.1%와 2.3% 하락했다. 이렇듯 수출이 1년 가까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수출이 내수에 미치는 낙수효과는 없었다는 방증(傍證)이다. 물론 수출이 내수에 낙수효과를 미치기 위한 필요 조건은 우선 큰 폭으로 증가하는 수출이 절대적이다. 올해 8개월간 수출 총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2% 증가했으나, 2022년 같은 기간 대비로는 4.5% 감소한 규모다. 한편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9.6% 증가했으나, 2022년 같은 기간 대비로는 3.5%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에 그쳤으며, 2022년 동기 대비로는 4.7% 감소했다. 즉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증가세는 아직 내수에 낙수효과를 미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내수에 대한 수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반도체 수출의 증가세로 인한 착시 효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수출 호조는 반길 일이지만 수혜자가 대기업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勘案)을 해야만 한다. 관건인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한 대다수 국민은 당연히 사는 게 힘들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수출과 내수의 움직임은 총체적으로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지출 항목별 기여도에 따라 집계된다. 내수에 대한 수출의 낙수효과가 작용했다면, GDP에 대한 지출 항목별 기여도에 있어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시차를 두고 내수의 성장 기여도를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2022년에서 2023년 1분기 사이에는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높아지는 데 반면에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오히려 하락하는 추이를 보였다. 한편 2023년 2분기부터 2024년 2분기 사이에는 정반대로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크게 높아진 데 반하여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오히려 큰 폭으로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다시 말해 2021년 3분기부터 2024년 2분기까지 무려 12분기 동안 내수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어 낙수효과는 없었다는 결론이다. 또한 국책 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KDI)는 지난 9월 9일 발간한 ‘9월 경제 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수출 호조에도 소매 판매와 건설 투자 부진이 지속하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했다.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소매 판매와 건설 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가 역대 최장인 16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소매 판매와 건설 투자가 부진한데다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며 내수 적신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고용 지표도 고령층 일자리 증가분을 빼면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 보인다. 단편적 통계 착시에 속지 말고 물가부터 서둘러 잡으면서 밑바닥 경기를 더 살피라는 게 추석 상차림에 지친 국민의 아쉬움이 녹아든 민심의 목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2015년 10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 저자인 ‘앵거스 디턴(Angus Deaton)’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SC) 교수가 우리나라를 “빈곤으로부터 ‘위대한 탈출’을 성공한 대표적 국가”로 추켜세웠듯이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유일한 국가다. 최근 세계은행(WB)이 지난 8월 1일 발간한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이라는 제목의 2024년 세계개발보고서에서는 한국을 중진국 함정을 극복한 ‘성장 슈퍼스타(Superstar)’라고 소개했다. 세계은행(WB)은 “투자(Investment), 기술 도입(Infusion), 혁신(Innovation) 등 이른바‘3 I’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성장 슈퍼스타(Superstar)’이자, 개도국 정책 입안자의 필독서(Required reading)”라고 소개했다. 한국의 성장 둔화, 저출산 고령화, 재정 악화 등 우려에 대해선 “한국은 미래를 보고 있지만, 그 과거가 성공인 것은 명확하다”라며 “한국은 저소득국에서 시작해 일본의 절반 기간에 고소득국으로 진입했다. 소득뿐 아니라 교육, 건강, 장수, 여성 참여 등도 뛰어나다”라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모든 경제 지표가 암운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지만 희망을 지닌 채 의지적 정성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희망은 고뇌의 순간에는 위안을 주고, 불안의 순간에는 방향을 제시하며, 공포의 시간에는 용기를 불어넣는다. 희망과 행동은 서로를 보충하는 관계다. 더 강한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선 노력과 행동은 필수다. 때마침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9월 18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5.25%~5.50%에서 4.75%~5.00%로 0.5%포인트 낮추는 ‘빅컷(Big cut │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했다. 이는 지난 2020년 3월 이후 약 4년 6개월여만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은행 기준금리 3.50%와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1.5%포인트로 좁혀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 19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과 관련,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라며 “높은 경계심을 갖고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대내외 상황 변화에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미국 연준(Fed)의 ‘통화정책 기조전환(Pivot)’을 계기로 대외 불확실성이 더 커진 만큼 관계기관 24시간 합동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하고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하는 경우는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 │ Contingency Plan)’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들이 신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확립하고 실행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