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송배전망 '지자체 님비'에 첨단산업 브레이크
345kv 가공선로 기준 평균 13년 소요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150개월 지연 반도체 클러스터 등 전력 적기 공급 '비상등'
2024-09-22 최은서 기자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첨단산업 확산 속 전력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전력망 확충은 지연되고 있다. 송변전 설비를 혐오시설로 바라보는 지역주민의 반발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전력망 확충 사업이 삐걱대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클러스터 등 국가 첨단산업단지의 적기 전력 공급에도 위기감이 감돈다.
20일 한국전력공사가 수립한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 첨단산업 활성화 등으로 2036년까지 전력망에 56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23년 대비 2036년 전력망 설비 규모는 송전선로(3만5495C-㎞→5만7681C-㎞) 1.6배, 변전소(894개→1228개) 1.4배, 투자비(29조3000억원→56조5000억원) 1.9배다. 특히 첨단산업은 신규 전력 수요 충당을 위한 전력망 구축사업이 필수적이나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반대로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지연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345kV 가공선로 기준 표준 공기는 9년이나 실제로는 13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업 추진 원천 반대와 입지선정위 운영 비협조로 입지선정에만 평균 4~6년이 소요되고 주민 열람·공고 및 설명회 거부와 관계기관 의견 회신 지연으로 사업인허가에만 평균 3~4년이 걸린다. 더 큰 벽은 송전선로 시공이다. 지역 주민 공사 방해와 지자체 시공 인허가 비협조로 평균 6년이 소요된다. 김호곤 한전 전력계통본부 송변전건설단장은 "낮은 주민 수용성과 주민 목소리를 우선시하는 지자체 비협조로 사업 지연이 빈발하다"고 말했다. 장기 지연의 대표 사례가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다. 서해안 지역에서 만든 전기를 경기 남부 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프로젝트로 당초 2012년 6월에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150개월이나 준공이 지연되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345kV 당진화력-신송산(90개월) △345kV 신장성변전소(77개월) △500kV 동해안-신가평 HVDC(초고압직류송전선로, 66개월) △345kV 신시흥-신송도 T/L(66개월) 등도 줄줄이 건설사업이 늦춰졌다. 이런 상황 속 한전이 2022년 수립한 송변전 설비 신규 건설사업 112건 중 단 한 곳도 첫 삽을 뜨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한전의 '제10차 송변전 설비계획 추진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신규 착공은 단 한 곳도 없다. 단지 용역 설계·기초자료 검토 60건, 입지선정 단계 52건에 그쳤다. 최근에는 경기 하남시가 전자파 우려와 주민 수용성 결여를 이유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안을 불허하면서 '동해안-수도권 HVDC' 건설사업도 제동이 걸렸다.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용량은 총 8GW로 신가평 변환소와 동서울변환소로 각각 4GW의 전기가 공급될 예정이었다. 초고압 송전망의 끝에 위치한 HVDC 변환소가 없으면 동해안-수도권 송선전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현재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기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전력망 건설이 지연되면서 첨단산업 생태계 약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유연태 명지대 교수는 "반도체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으로 급증하는 신규 전기수요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목표에 맞는 신규 발전설비 확보가 필수적이나 각 지역 주민들의 반발 발생 등으로 전력망 적기 확충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지속성장을 위한 한국경제의 과제' 보고서를 통해 첨산산업 활성화를 위한 충분한 기반확보가 필수적이나 주민 수용성, 재원 확보, 절차적 어려움 등 복잡한 문제를 수반한 만큼 전력수요 적기 대응 방법을 위한 복합·포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회예산처는 "대규모 송전선로, 변전소 등의 신규 설치에 앞서 주민 수용성 및 환경규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 설치 시설 혜택이 대상 지역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돌아가 문제 해결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들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어 적기에 전력망 확충을 구축하지 못할 경우 용인 지역 등에 대한 전력공급 자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